“한국문화 알릴 박람회 준비”

-이영주 덴마크 니보르그시 최고 사립초등학교 교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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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민족 여성네트워크에 참가하기 위해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영주씨. 그는 현재 덴마크 니보르그시 최고 사립초등학교 교무주임이면서 한국 입양인 야간대학 강사다. 여권도 자유롭게 받을 수 없던 시절인 76년, 덴마크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정착하게 된 그는, 정규 사범대학으로 진학한 후 교사 자격을 따냈다.

“초등학교 주임교사로 일하던 2002년도에 한 학생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입양돼온 사람이었어요. 한국인 선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찾아와서, 한국에 관해 알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면서 가르쳐 줄 수 없겠냐고 부탁해 왔어요. 제가 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한국에서 살다 온 사람으로서 그저 한국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는 그분의 말씀에 힘을 냈지요.”

덴마크는 워낙 야간대학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 공부하고 싶은 주제에 관해 정한 뒤 13명만 모여 시청에 신청만 하면 곧바로 개설이 된다고. 그래서 2002년 겨울에 한국 입양인 야간대학 강좌가 개설됐다.

“입양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한국인의 가족체계, 풍습, 음식, 존댓말 등 아주 기본적인 거예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알고자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을 많이 갖게 됩니다. 덴마크는 전국을 따져도 인구가 500만 명밖에 안 되는 조용한 나라인데, “한자리에 모인 이렇게 많은 여성을 보니 약간 경외심이 생기기도 한다”는 그는 “덴마크에 돌아가서는 올 가을쯤 한국의 문화에 관해 알릴 수 있는 박람회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한민족 정체성 교육 힘쏟아”

-엄넬리 러시아 국립 한민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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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의에서 '세대간·지역간 연대방안'에 대해 발표를 맡은 엄넬리 씨는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1086 한민족학교 교장이면서 평화통일 자문위원회 구주·중앙아시아 지역회장이기도 하다.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소수민족 학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한민족 학교도 1992년에 설립됐다. 설립 당시 많은 러시아인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국가 예산으로 설립되는 국립학교이기 때문에 러시아인들의 반발이 거세었습니다. 러시아 인들 지원하기도 빠듯한 예산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구소련하에서는 러시아 말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말조차 잊혀지는 실정이었어요. 저만해도 한국어를 기역, 니은부터 다시 배워야 했을 정도니까요.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기 전에 우리 아이들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학교가 설립된 후에도 잦은 국회의원의 감사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한국말, 한민족의 전통예절 등 한민족의 문화를 꿋꿋이 가르쳤다.

“증손녀로부터 처음으로 설날 세배를 받았다고 한 할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했더군요. 그때는 저 역시 눈물이 났어요.”

이제는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기업의 영향 덕분에 한민족학교 학생의 40%가 러시아인이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워 한국 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힘은 강하지만 특히 한민족 여성들의 저력에는 비교가 안 되죠. 아이들을 한민족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생활 터전을 다 포기하더라도 모스크바로 이주해 옵니다. 그런 여성들을 보면서 저 역시 아직 은퇴할 수가 없네요.”

정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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