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2022년 10대 디딤돌·걸림돌 판결 발표
헌재 ‘단순 파업도 업무방해 처벌 합헌’과 공동 선정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은
대법 ‘파견노동자 기간제 채용 무효확인 판결’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0조6항’에 대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2021년 12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역사를 퇴행시키는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 판결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0조6항’에 대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2021년 12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역사를 퇴행시키는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 판결을 규탄했다. ⓒ여성신문

헌법재판소의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위헌’ 결정, ‘단순 파업도 업무방해 처벌 합헌’ 결정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선정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에 올랐다.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는 대법원의 ‘파견노동자 기간제 채용 무효확인 판결’이 뽑혔다.

민변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한국인권보고대회’를 열고 ‘2022년 10대 디딤돌·걸림돌 판결’을 발표했다.

대법원의 ‘파견노동자 기간제 채용 무효확인 판결’이 올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뽑혔다. 선정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불법 파견 시 사업주에게 해당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는데도, 우회적으로 기간제로 채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다. 

지난 1월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TJB대전방송에서 4년간 MD(master director)로 일한 최모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진 사업주가 파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하고, 그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무효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민변은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직접고용 시 고용안정 등 파견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 판결도 디딤돌 판결에 선정됐다. 다만 민변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러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고통이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트랜스젠더라서 받은 박해를 난민 인정 사유로 처음 판단한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김종호 이승한 심준보 부장판사) 판결도 디딤돌 판결로 지목됐다. 민변은 “(상급심인)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기간제 교원 차별대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혼거수용의 위법성을 인정한 전주지방법원 판결 △퀴어여성네트워크 대관 차별 손해배상책임 인정 판결 △강제퇴거명령이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디딤돌 판결 후보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홍수형 기자
서울고등법원. ⓒ홍수형 기자

최악의 걸림돌 판결은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가 법원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고 영상 녹화한 것을 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헌재 결정이다. 민변은 “반복 진술과 부적절한 신문 등 2차 피해 등으로 인해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제인권기준 등에 비춰볼 때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필요한 형사절차에서의 보호 수준을 현저히 하향시켰다”고 비판했다.

업무를 거부하는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도 최악의 걸림돌 판결에 공동 선정됐다. 민변은 “적용 가능성 그 자체만으로 노동3권의 위축 효과를 초래하는 현실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합헌으로 본 헌재 결정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서울행정법원 판단 ▲버스회사의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미제공이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단 ▲지하철 단차 장애인 차별구제소송에서 패소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한 서울고법 결정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금지·처벌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재외선거사무를 중지한 데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각하한 헌재 결정 ▲외국인을 체포하면서 영사통보권을 고지하지 않았는데도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때 그러한 사유를 임차인이 입증하도록 한 1심 판결 등도 걸림돌 판결로 선정됐다.

이번 발표는 김수정 민변 전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선정위원회가 2021년 11월1일부터 올해 10월31일까지 나온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결정을 심사한 결과다. 선정위원은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소주 커뮤니티 알 활동가,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신혜·서채완 변호사(민변 사무차장), 김희진 경향신문 기자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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