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애 대구 여성정책과장 35년 공직생활 마감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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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대구시청에선 3년 6개월간의 대구광역시 여성정책과장과 공직연수 1년을 끝으로 35년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권영애 지방 사무관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조기현 대구광역시 부시장을 비롯해 대구광역시 시설관리공단 이현희 이사장, 이상욱 대구여성회관장, 이혜순 동부여성문화회관장을 비롯한 여성계 대표들과 동료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권 과장은 “31년 전, 경주시 소속으로 근무했던 초임시절 둘째 아이 출산휴가를 고스란히 사용한 '괘씸죄'로 오지 동사무소로 발령난 인사조치가 아이 둘 딸린 아줌마는 이젠 집에 가라는 메시지였는데 사표를 쓸까 망설이다가 오기로 버틴 게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오직 일로 승부해 남녀차별을 극복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핵심부서 근무를 자청해 “74년 경주시 기획실에 발령받았을 때, 부서 내 계장들이 서로 여직원 못 받겠다고 싸우는 통에 사흘이나 눈치보며 자리 없이 전전긍긍했던 경험”도 있었고, “대구 남구청에 발령받았을 때에도 맡겨진 일은 초임 때와 마찬가지의 단순, 반복 업무여서 '일 같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여성도 할 수 있다'고 이동이 있을 때마다 주문을 해보았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는 “행정기관으론 처음으로 독거노인들을 위한 방문상담실을 설치, 운영하고 복지행정이 경직된 예산만으로 수혜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었을 때, 여성공무원들끼리 자신들의 후생복지비를 출연해 시설아동들에게 입학축하 선물을 사주는 등 불우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십시일반의 위력을 체험했을 때가 가장 흐뭇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행정조직 통폐합될 때에 남성전유물로 생각된 사회복지과장직을 여성으로서 발령받았을 때 비로소 '여성공무원이 아닌 진정 공무원으로 인정받는구나'하는 성취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권영애 씨는 “지금까지 남성중심의 공직환경에서 부족한 사람이 때로는 분노하며, 눈치보며 미안해하며, 오기도 부리면서 부족한 지식과 실로 서투른 판단과 행동을 가지고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의 관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여성들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고, 어떤 부서에도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전천후의 공직자로서 상품가치를 더 높이는 데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라. 항상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의 새로운 인생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의미 있는 노년을 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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