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안 공청회]
‘여성폭력’ ‘젠더폭력’→ ‘폭력’으로 대체
강은영 “1·2차 때도 쓰던 용어 왜 바꾸나…
폭력 문제서 젠더 문제 전면에 드러내야”
이은주 “‘성인지’ 70번 등장… 삭제하고
​​​​​​​성주류화 용어도 양성평등으로 바꿔야”

여성가족부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는 1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이하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될 ‘양성평등정책’에서 ‘여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기로 했다. 정책용어로 수십 년간 사용하던 ‘여성폭력’, ‘젠더폭력’이라는 용어 대신 모두 ‘폭력’으로 일괄 변경했다.

여성가족부는 1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이하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여가부가 이 자리에서 공개한 3차 기본계획에는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별에 기반한 폭력’ 등 그간 사용하던 정책용어가 모두 빠졌다. 그 대신 ‘폭력’이라는 용어가 대체됐다.

토론자로 나선 강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성폭력, 가정폭력을 ‘여성폭력’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해왔으나 3차 기본계획에서는 모두 ‘폭력’으로 대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젠더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의제나 정책과제가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 있다”며 “대과제명인 ‘폭력 피해 지원 및 성인지적 건강권 보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폭력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도 사용되는 법정용어이자 정책용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에 대해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조용수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폭력’을 둘러싸고 정책용어 사용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여성폭력’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번 공청회에선 또 다른 용어 논란도 있었다.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3차 기본계획에서는 ‘성평등’ 용어가 아닌 ‘양성평등’으로 쓰여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페미니즘 사상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어 단어 사용에 심사숙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성인지’라는 표현이 70번 넘게 나오고, ‘성주류화 교육’은 ‘양성평등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공청회에서 "대통령이 헌법적 책무인 성평등과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고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라며 "3차 기본계획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성평등 실현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계획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가부는 5년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7조에 따라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왔다. 지난 3월부터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각 분야별 전문가 자문회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 협의체 회의 등을 걸쳐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3차 기본계획은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라는 비전 아래 △함께 일하고 돌보는 환경 조성 △안전과 건강권 증진 △양성평등 기반 확산을 3대 목표로 설정했다.

중점 추진과제로는 ▲성별근로공시제 단계적 도입방안 마련 ▲고용보험 대상자 확대 등에 따른 육아휴직제도 적용방안 마련 ▲신산업·신기술 분야 인력 육성과 취업연계 강화 ▲초등 돌봄교실 확대와 질적 수준 개선 등을 선정했다.

여가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을 종합 검토한 뒤 양성평등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12월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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