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연극은 보약...배우라면 자기 확신이 중요”
문소리 “연극은 보약...배우라면 자기 확신이 중요”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12.01 23:04
  • 수정 2022-12-0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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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화가들’로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광부들에 새 세상 열어준 후원자 ‘헬렌’ 역

“한국 여성 미술가들 삶에 영감 얻어
연극이란 서로 의지·존중·협동
사람 마음에 약 되는 일이죠
길어도 2년에 한 번씩 연극 하고파”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씨제스 제공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씨제스 제공

평생 광부로 살아온 남자들이 미술 감상 강의를 듣는다. 직접 그려보고, 토론하고, 든든한 후원자도 만나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가로 거듭난다. 

연극 ‘광부화가들’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초연 이후 두 번째 출연하는 배우 문소리를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에겐 “예술은 어떠해야 하는지,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 “즐거웠지만 어려웠고, 많이 생각났던 작품”이다.

‘빌리 엘리어트’ 극작가 리 홀(Lee Hall)의 2007년 작품이 원작이다. 1930년대 영국 뉴캐슬 애싱턴 탄광촌에서 활동한 광부 화가들 ‘애싱턴 그룹’(The Ashington Group)에 영감을 얻었다.

한국 공연은 2010년 초연 이후 세 번째다. 이상우 연출의 지휘하에 강신일, 이대연, 박원상, 정석용, 문소리, 송선미, 민성욱 등 명배우들이 열연한다. “초연이 ‘예술의 민주주의’라는 원작자와 극작가의 생각에 중심을 뒀다면, 이번 공연엔 ‘예술은 우리의 머릿속과 가슴속을 밝히는 빛이 아닌가’라는 어쩌면 매우 평범한 생각을 매우 쉽고 밝게 섞어보려고 한다”고 이 연출은 전했다.

문소리는 광부 화가들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고 후원을 제안하는 미술애호가 ‘헬렌 서덜랜드’ 역을 맡았다. 부유한 미망인으로, 순종과 순결을 강조하는 당대 여성상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자유로운 정신과 개방적인 사고, 뛰어난 심미안을 지닌 인물이다.

광부들 이야기 위주라 여성 캐릭터의 분량은 적지만 아쉬움은 없다. “분량은 적어도 존재감이 떨어지진 않잖아요? ‘헬렌’은 광부들에게 다른 걸 제안하는 유일한 인물이죠. 그들을 추상의 세계로 끌고 오고, 전업 화가의 세계를 제안하고, 애정을 갖고 비판해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고,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하고 진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너무 가벼워지겠구나 싶었어요.”

귀족 연기가 쉽진 않았다. “상상으로 극복되지 않는 간극이 있죠. ‘헬렌’은 귀족이 아닌 예술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 일생을 그림에 바친 인물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길이 보였어요.”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씨제스 제공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씨제스 제공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웃다가도, 우리의 교육, 계급, 문화예술과 정치 현실을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번역극이지만 어색하지 않아요. 이상우 선생님의 번역엔 ‘아, 이거 우리 얘기지’ 믿게 만드는 힘이 있죠.”

“연기는 자기 확신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굉장히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이예요. 누구나 좋다고 해도 내 생각은 다를 수 있고, 위험하다고 해도 과감히 해야 할 때도 있죠. 흔들리지 않도록 길게 보고 가야 해요. 그런 점에서 헬렌에겐 존경스러운 면이 있어요.”

‘사랑의 끝’ 이후 3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다. “연극 무대는 보약이예요. 웬만한 약보다 나은 것 같아요. 연극은 서로를 깊이 의지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할 수 없거든요.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고 힘을 합하는 과정이 어떻게 사람 마음에 약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상우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셨죠. 한두 달 공연을 끝내면 내 안의 뼈대를 잘 세운 느낌이 들어요. 무대가 주는 힘이 있어요.”

미술 컬렉팅이나 투자엔 관심이 없지만 미술 감상은 좋아한다고 했다. “딸과 전시회에 많이 가요. 요즘 현대미술 중 래디컬하고 신선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많아요. 한국 여성 작가들도 약진하고 있고요. 정정엽 등 한국 여성 미술가들이 어떻게 결혼·육아와 작업을 병행했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다룬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번 작품에도 영감을 많이 받았죠.”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현장.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프로스랩 제공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현장. 배우 문소리가 ‘헬렌 서덜랜드’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프로스랩 제공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현장.  ⓒ프로스랩 제공
1일 개막한 연극 ‘광부화가들’ 공연 현장. ⓒ프로스랩 제공

2023년엔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인 대기업 전략기획실 출신 황도희(김희애)가 인권변호사 오승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불합작 연극 ‘빛의 제국’ 해외 투어 참여도 고려 중이다. 김영하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국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해, 2016년 초연 이래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었다. 촬영 일정이 겹쳐 올봄 프랑스 투어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단다.

문소리는 “앞으로도 길어도 2년에 한 번씩은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소수를 위한 게 아니라 다수를 위한, 위로가 되는 그런 예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상우 선생님이 이번이 마지막 연출일 것 같다고 하셔서 모든 일정을 제치고 합류한 배우들도 있어요.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모이겠어요. 헤어지면 서운할 것 같아요. 우리에게도 관객에게도 끝까지 좋은 시간이 되는 연극이면 좋겠어요.” 연극 ‘광부화가들’은 2023년 1월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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