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장복심 의원 금품로비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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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공주대 교수

지난 연말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의 일이다. 발제자가 도덕성, 개혁성, 참신성, 전문성을 잣대로 엄선한 여성후보 명단을 정당에 제시하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맑은 넷)의 구상을 발표했다. 그러자 토론에 나선 남성 정치학자가 “도덕성과 개혁성이란 후보의 가족들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요소인데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평가하느냐?”고 반문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딜레마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비례대표 금품로비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장복심 의원의 의총 신상발언이나 열린우리당 중간조사 결과의 진위는 검찰이 철저히 밝힐 일이다. 하지만 17대 의회에서 처음 불거진 전(錢)국구 시비의 당사자가 여성이자 맑은 넷에서 선정한 101인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마음을 착잡하게 만든다.

17대 총선과정에 여성계는 비례대표 50%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리고 29명의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탄생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공천방식에 대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이상주의 원칙을 이야기하긴 했으나 여성계의 의지가 담긴 현실주의 지침을 마련해 정당에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공천권은 정당이 가진다. 하지만 여성계 활동의 결실인 비례대표 50%의 여성후보를 선정하는 문제는 비단 정당의 몫일 수만은 없다. 열린우리당은 일반공모,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위, 상임중앙위, 순위확정위를 거치는 투명한 절차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의 현역의원들조차 지도부의 막후 조정을 공개적으로 성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여성후보들은 여성 몫 12석을 놓고 현역의원과 중앙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수밖에 없었다. 선정권을 행사한 이들이 각자 어떤 잣대로 여성들을 평가해 투표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의혹사건을 비난하는 야권 역시 이 문제에서 그리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여성계의 뜻을 담은 비례대표 선정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간극을 적절히 절충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일 뿐 아니라 정당에서 수용할지도 불투명하다. 또 여성계가 작업을 한다 해도 주도하는 이들의 대표성을 모든 여성들이 인정할 것인가도 문제다.

17대 총선에서는 여성후보 명단이 제시되었다. 정작 정당 차원에서는 명단에 포함된 여성인사들을 적극적으로 공천하지 않았다. 후보 선정의 편파성이나 추천자의 자격 및 기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발을 내디딘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또 여성당선자 중 54%가 맑은 넷 인력풀에서 배출되었다는 자평도 있었다.

이제 그 첫 걸음에 이어 여성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위한 보다 객관적인 채널과 잣대를 마련할 때다. 여성단체와 학계, 정당과 언론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여성들이 존경할 만한 여성계 인사를 공천하는 방법, 여성운동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방법, 노·장·청 세대의 입장을 고루 반영하는 방법, 지역별 안배를 이루는 방법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난상토론을 벌여야 한다. 여성단체 활동을 하면서 동료여성들에게조차 부정적인 평가를 받던 여성이 금배지를 향한 집념 하나만으로 여성의 대표가 되는 것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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