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UNGC 한국협회 주최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서
‘DEI 증진 방안’ 논의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기업 다양성, 이윤 창출로 이어져...
우리 기업들도 적극 나서야”
문혜숙 KB금융지주 상무
“여성 부점장·경영진 양성해
2027년까지 20% 이상 확대”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11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가 ‘기업 내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DEI) 증진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11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은경 UNGC 한국협회 실장,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가 ‘기업 내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DEI) 증진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수형 기자

‘기업 내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인권경영, ESG 경영 전문가들도 “성평등을 포함한 다양성은 기업의 성과, 경쟁력 강화에 효과적이며 재무 성과로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11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 중 ‘DEI 증진 방안’ 세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의 ‘다양성이 이긴다’(Diversity Wins, 2020) 보고서 등을 언급하면서 “기업 다양성 증진은 기업의 이윤 창출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3M, AT&T, IBM, 우버(Uber)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동참했다. 특히 구글은 매년 ‘다양성 보고서’를 펴내고 소수자 고용 증가, 평등 증진 정책 도입, 장애 접근성 향상, 코로나19 취약계층 지원 등 성과를 공개한다. 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 조직 구성 다양성 관련 지표도 공개한다.

2022년 기준 영국 FTSE 100대 기업의 13%가 별도의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59%는 다양성과 포용성 관련 성과를 공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연례보고서(57%), 별도의 다양성 보고서(43%), 자사 홈페이지 등에 다양성 데이터 공개(43%), 다양성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보고서(31%) 등이다.

올해 구글이 펴낸 다양성 보고서(Google Diversity Annual Report 2022) ⓒGoogle
올해 구글이 펴낸 다양성 보고서(Google Diversity Annual Report 2022) ⓒGoogle
사회적가치연구원 『S in ESG』(2022)에 수록된 주요 글로벌 기업 다양성 보고서 발간 현황. ⓒ사회적가치연구원/홍성수 교수 발표자료 캡처
사회적가치연구원 『S in ESG』(2022)에 수록된 주요 글로벌 기업 다양성 보고서 발간 현황. ⓒ사회적가치연구원/홍성수 교수 발표자료 캡처

한국 기업들은 잠잠하다. 다양성 보고서(서울대·고려대),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선언문(KAIST)을 발표하는 대학과 기관·단체가 늘고 있으나, 기업 사례는 없다.

홍 교수는 “원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양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포함하는 개념인데, 한국 기업은 사회봉사 등 ‘사회 공헌’으로 왜곡해 받아들인 면이 있다”면서 “장애인 의무 고용 의무를 지닌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장애인 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몇 번 하는 것은 CSR 개념에 맞지 않다. 조직 내 다양성 확대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주요 기업이나 주한 대사관 등은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한다.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가기만 할 게 아니라 선도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그룹 다양성 중장기 추진전략 ‘KB Diversity 2027’ 일부.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 발표자료 캡처
KB금융그룹 다양성 중장기 추진전략 ‘KB Diversity 2027’ 일부.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 발표자료 캡처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11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를 개최했다.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11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리아 리더스 서밋 2022’를 개최했다.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문혜숙 KB금융지주 ESG본부 상무는 KB금융그룹 다양성 중장기 추진전략 ‘KB Diversity 2027’를 제시했다. 2027년까지 장애인, 다문화가정 자녀, 북한이탈주민,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양한 계층 채용을 현 9.8%에서 15%로 늘리고, 여성 리더를 양성해 부점장·경영진의 2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현재 KB금융그룹 전체에서 여성 비율은 48.6%, 주요 계열사 팀원급 중 여성은 60.7%다. 부점장급으로 올라가면 16.0%, 경영진은 6.6%, 그룹 13개 계열사 중 여성 CEO는 2명(14.3%)으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문 상무는 “KB금융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기 위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여성리더 20% 확대는) 도전적(challenging)인 목표 설정이지만 3~4년 전부터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사회의 다양성은 경영진의 다양성, 나아가 조직의 다양성을 갖출 기반이 되므로 중요하다”며 “앞서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명(28.6%)을 선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양성 확보 로드맵에 따른 목표 설정, 단계별 확대 실적 모니터링, 여성역량 강화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과 함께 다양성을 장려하고 수용하는 조직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여성 할당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과 ‘멋지다’, ‘응원한다’는 의견이 뒤섞여 나왔다. 문 상무는 “능력 없는 여성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탁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양성한 인재들 중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여성들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며 “성별을 떠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 여성들이 출산 양육 등으로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으며 (여성 할당제는) 특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조직 내 다양성을 경험하고 그 장점을 느낀 분들이 나서서 설득하면서 반대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 딸이 자라서 더 좋은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 기업 문화를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도 “할당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장기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채용 단계에서 여성 인력 풀을 확보하고, 여성 롤 모델을 늘리고, 정부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구조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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