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연한 OKF 회장
남편 대신 시작한 색소폰 연주
음악에 푹 빠져...2년 만에 단독 콘서트
10년간 매년 친지들 초대해 연주하기로
“여성들이 건강하고 즐거워야 사회 밝아져...
우리들의 황혼 아름답게 물들일 비결”

[브라보 마이 라이프] 100세 시대, 놀라운 에너지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 노년층이 등장했다. 노년이 무력하고 정체된, 더 이상의 변화나 발전이 없는 삶의 단계를 뜻하던 시대는 지났다. 나라와 사회의 발전을 이루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낸 열정이 자기 자신의 삶을 가꾸기 시작할 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일흔에 색소폰 연주에 입문한 이연한 OKF 회장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남편이 힘들어서 못 하겠대요. 딱 한 번 불고는! 악기도 샀고 레슨비도 냈는데! 그럼 나라도 해보자.”

나이 일흔, 이연한 OKF 회장은 운명처럼 색소폰을 만났다. 화려하고 풍성한 음색에 취한 지 2년. 단독 콘서트를 앞뒀다. 오는 12월 1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킹콩빌딩 3층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석양’이다. “노을의 아름다움을 담은 곡, 내 나이에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요.” 콘서트에선 ‘눈이 내리네’, ‘고엽(Autumn Leaves)’, ‘빛과 그림자’ 등 자신이 좋아하는 명곡도 연주한다. 친구들의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별들의 고향’(1974) 이장호 감독과 듀엣 무대도 선보인다. 두 사람은 앞서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락스퍼국제영화제, 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창립자의 회고록 출판기념회 등에서 축하 공연을 했다. “이장호 감독이 제 연주를 듣더니 먼저 듀엣을 제안했어요. 서울시청 앞에서 처음 공연을 하고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죠. 나도 내가 참 기특해요. 이 나이에!”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 회장은 1970년대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사업가로 변신해 세계 최대 규모 음료 공장을 갖춘 글로벌 음료 수출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예술을 늘 가까이했다. 서예, 수채화, 조각 등에 심취했고, 매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학동 OKF 본사 곳곳이 미술관이다. 천장에 달린 박정구 작가의 그레이하운드 설치 작품, 1층 카페 옆 정갈하게 쌓은 기왓장, 이 회장이 요즘 빠진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을 모은 5층 ‘리 갤러리’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이 회장에게도 색소폰은 뜻밖의 만남이었다. 금빛 영롱한 악기가 멋지다고만 생각했지, 자신이 그 무대에 설 줄은, 감미로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무겁지, 음은 잘 안 나오는데 입술은 부르트지, 몸살까지.... 그래도 하다 보니 음악에 취하게 됐어요. 가족들은 ‘어머니 최고’, 친구들도 ‘와, 진짜 해냈구나. 멋지다!’ 놀라고요. 내 선율을 남과 공유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요. 나 혼자 즐겁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즐거운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지인들과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바쁘고 보람차게 1년을 살고, 연말에는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누리자는 거예요, 그게 우리들의 황혼을 더 아름답게 물들이는 비결,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아닐까요.”

이 회장은 “여성들이 건강하고 즐거워야 사회가 밝아진다”고 강조했다. 팍팍한 일상의 탈출구건, 황혼의 도전이건 여성들이 스스로 삶의 활력소와 행복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목표나 희망을 갖는 일이 드물어요. 저를 보고 ‘나도 취미를 가져야겠다’ 마음먹는 여성들이 늘지 않을까요. 그들이 몇 년 뒤 저와 함께 연주회를 열 수도 있고요.”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연한 OKF 대표가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OKF빌딩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그가 이끄는 OKF는 음료 1250여 종을 약 180개국에 수출하는 아시아 수출 1위 기업이다. 1990년 창립 때부터 내수보다 해외 진출에 집중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대표 제품 ‘알로에베라킹’은 전 세계 알로에 음료 시장 점유율 76%를 자랑한다. 경북 안동의 멀티음료 공장은 연간 3조원 규모(약 30억 병) 생산 능력을 갖췄다. 2011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고, 가장 우수한 식음료를 발굴해 시상하는 ‘몬데셀렉션어워드’에서 8년간 골드어워드를 21회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음료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류난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으나 큰 타격은 없었다.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더 많은 세계인들이 OKF 음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우물만 파면서 앞만 보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젊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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