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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은 이들의 교차성·복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해 추진되고 있다. 이들 또한 노동자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Shutterstock

우리 사회에 결혼이주여성 등이 들어오면서 ‘다문화사회’라는 용어가 사용된 기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1년 기준 국내 외국인 주민수는 213만 명이나,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므로 우리가 ’다문화사회‘에 해당된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지난 시간동안 다문화사회를 향한 법제 및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여 왔으며, 이 과정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 또한 끊임없이 사회이슈로 제기되어 왔다. 이쯤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대부분의 지자체가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제결혼지원 조례 등을 제정하며 결혼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이나, 다문화사회가 익숙한 용어가 되어 버린 지금이나,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달라졌는가? 이들을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사실 우리는 이들을 국민으로서,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하기보다는 인구 유입 또는 임신·출산·양육을 통한 사회구성원 재생산자로서의 측면 등에 중점을 두고 정책지원을 해 왔다. 결혼이주여성은 ‘이주의 여성화’, ‘생존의 여성화’로 국제결혼을 택했으나, 결혼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장으로서의 역할 및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되고 ‘결혼-이주-노동’의 사이클을 거치게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책은 이러한 교차성·복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해 추진되고 있으나, 이들 또한 노동자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의 경우도 낮은 출생율·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부족한 노동인력 충원이라는 단선적 시각에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산업 전 분야에서 여성이주노동자들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성희롱·성폭력 문제, 안전하지 않은 주거문제, 건강문제 등 인권에 취약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농업인력의 고령화, 농가인구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등으로 인력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한 농촌지역의 경우,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부족한 노동인력을 거의 여성이주노동자가 메꾸고 있으며, 비닐하우스의 작물재배분야에서는 50%가 여성들이다. 이들의 출신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중국 등이며, 연령별로는 2030대 여성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현재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2023년도 11만 명’으로 확정하였는데 이는 ’2022년도 6만 9천 명‘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이다. 이처럼 이주노동자 인원 증가에 맞추어 정부는 안전망의 강화, 5인 미만 농어가에 대해서도 산재보험 또는 농어업안전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만 고용허가서 발급, 입국 전 노동자·사업주에 대한 교육강화 및 주거환경개선 강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분야 이주여성노동자의 노동현장 상황은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실례로 최근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숙소유형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농막’ 등이 45.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심지어 비닐하우스 내에 숙소가 있는 경우도 드러났다. 또한 숙소와 침실의 잠금장치는 ‘없거나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각각 29.1%, 28.1%이며, 성별 구분이 안 된 침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31%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안전하지 않은 주거환경은 성희롱·성폭력 발생문제, 건강문제 등으로 이어지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농축산업 분야는 근로기준법 제63조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시간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휴게시간과 휴일에도 일을 함으로써 월 평균 노동시간이 274시간에 달하기도 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여성노동자의 주거권, 건강권 침해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정책권고(2022년 7월 22일)를 하였으며, 국제노동기구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주여성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은 그들의 생존권과 연결되므로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이다. 그러나 이를 사용자 의무만으로 규정하는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협업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행 ‘주거기본법’은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이를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확대하고, 농촌지역의 생활환경정비사업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행 근로기준법 제63조를 개정하여 농축산업분야에도 근로시간·휴게·휴일에 대한 규정이 준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향후 우리의 인구구조를 감안한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재정비되어야 한다. 출생율 0.7명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화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인력의 이동’이 아닌 ‘사람의 이동’이라는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결혼이주자와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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