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주 학성동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에서 일어난 일
[기고] 원주 학성동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에서 일어난 일
  • 신동화 지역 아카이브 출판사 ‘로컬플리커’ 대표
  • 승인 2022.11.29 15:00
  • 수정 2022-12-0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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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의 성매매집결지 ‘희매촌’ 모습. ⓒ로컬플리커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의 성매매집결지 ‘희매촌’ 모습. ⓒ로컬플리커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의 옛 원주역 앞에는 ‘희매촌’이라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가 형성되어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모여 살던 ‘희망촌’과 1950년 6.25 전쟁 이후 당시 ‘윤락여성’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매화촌’을 합해 ‘희매촌’으로 불리며, 반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성매매 집결지로 운영되었다. 매일 밤 어김없이 성 매수자들은 슬금슬금 나타나 쇼윈도 앞에 앉아있는 여성을 ‘초이스’하고, 그 안에서 바로 성매매가 진행된다. 그곳은 흔히 ‘유리방’이라고도 불리는 성매매 업소다.

2평 남짓한 방에 감금된 채
폭력·학대에 시달리는 여성들

지난해 학성동 일대에서 진행된 문화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성매매 업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사업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가르는 소방도로의 개설이 확정되며, 그 부근의 철거 예정 공간을 활용해 ‘희매촌’을 모티브로 한 전시를 진행했다. 화려한 업소의 입구를 지나 뒤편으로 연결된 작은 문을 열자, 일하는 여성이 손님을 받는 1평 남짓한 작은 방 네댓 개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처럼 보였지만, 수많은 여성이 그곳을 스쳐 갔으리라. 창문도 없이 음습하게 연결된 미로 같은 공간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고, 그렇게 희매촌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 11월 25일 원주복합문화교육센터 진달래관에서 원주시청 여성가족과 원주여성민우회 등 유관기관이 모여 학성동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의 변화를 모색하는 성평등 포럼을 열었다. ⓒ로컬플리커
지난 11월 25일 원주복합문화교육센터 진달래관에서 원주시청 여성가족과 원주여성민우회 등 유관기관이 모여 학성동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의 변화를 모색하는 성평등 포럼이 열렸다. ⓒ로컬플리커

이후 올해 6월, 학성동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1년간의 학대와 폭행, 인권유린 사건이 일어났다. 2평 남짓한 방에 여성들에게 쇠사슬과 목줄을 매어 가둬두고, 골프채나 쇠 옷걸이로 때리며 동물의 배설물을 먹이거나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는 등 학대 행위는 이어졌고, 많은 언론과 기자들은 이 사건에 주목했다. 그러나 신기하리만큼 원주 시민들은 조용했다. 원주시 여성 인권 관련 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시민사회로 퍼져나가지 못하고 마치 세상에 없었던 일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성매매 산업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2012년 기준 약 12조로 세계 6위의 규모이며, 2013년 통계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절반이 성 매수 경험이 있다고 한다(『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전 세계에 성매매 업소가 있지만, 안마방, 오피방, 키스방, 건전 마사지 등 생활권과 근접해 걸어서 10분 이내에 성매매 업소가 산적한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끊임없는 수요는 대한민국의 성매매 산업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또한 성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으로 여겨지는 여성들이 지속해서 시장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하나의 공고한 시스템처럼 다져진 것이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한 성 착취다.

대부분의 취약한 환경에서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여성들은 쉽사리 성폭력에 노출되거나 성매매로 유입된다.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로는 대부분 이렇다. 당장 오늘의 잠자리와 먹을 것이 필요한 여성에게 알선업자는 숙식을 제공하거나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접근해 안심시킨 후, 친밀감을 형성한 뒤 성매매의 굴레로 밀어 넣는다. 그 과정에서 그간의 숙식을 제공한 것이나 돈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폭행하거나,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여 가족에게 알린다며 협박하거나, 과도한 꾸밈비를 요구해 어떻게든 ‘선불금’이라는 덫을 만들어 놓고, 높은 이율의 사채를 쓰게 하며 온갖 이유로 받아야 할 돈에서 차감하여 빚은 더욱 늘어나게 만든다.

성매매 유입은 정글 사냥
취약 여성들 쉽게 표적 돼

많은 사람이 성을 매매하는 당사자에게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을 어떻게 말리겠느냐?’,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그러나 성매매로의 유입은 정글에서의 사냥과 같다. 안전한 보금자리가 없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게 내몰린 여성들은 너무나도 쉽게 그들의 표적이 된다. ‘고액 알바’, ‘친구를 따라’, ‘형편이 어려워서’, ‘부양할 가족이 있어서’. 다양한 이유로 여성들은 성매매로 유입된다. 성매매 수익 중 대다수는 업주에게 돌아가고 성매매를 위해 사용되는 갖가지 용품들도 정산 받아야 할 금액에서 빠져나간다. 결국 아무리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시스템 안에서 빚은 계속 불어나며, 그것을 빌미로 쉽사리 탈성매매에 이를 수 없도록 굴레에 갇히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것이 온전히 그들 스스로의 탓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하지 않고 듣지 못하는 사이, 도시의 눈에 띄지 않는 이면에 지금의 희매촌과 같은 기이한 공간이 켜켜이 쌓이며 구성된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어딘가에 방치된 채 오랜 시간 동안 소외되어왔다. 누군가 연대하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런 공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성 산업 생태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제는 나와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끌어와야 할 때다. 색안경을 쓴 채 그저 눈을 돌리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불균형의 세계, 학대와 폭력의 세계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신동화 로컬플리커 대표
신동화 지역 아카이브 출판사 ‘로컬플리커’ 대표.
로컬플리커는 점멸하듯 깜빡이는 지역의 이야기, 낡고 오래되었지만 가치있는 서사를 수집하고 책으로 만드는 출판사다. 『아카데미극장』, 『우리동네 원인동』, 『동쪽의 여자들』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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