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2 교육과정 개정안
‘성평등’, ‘성소수자’ 표현 빠져
“성평등·성소수자 인권 충실히 담아야”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성명에서 “정부 당국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의 채택에 있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 “교육과정은 성평등·성소수자 인권을 충실히 담아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8일 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각계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자기 주도성, 다양성 존중, 상호 존중, 협력, 차별과 편견 해소의 중요성 등 인권의 가치를 반영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의 채택에 있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마련을 위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마련을 위한 ‘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홍수형 기자

교육부가 7년 만에 전면 개정한 새 교육과정을 보면, ‘민주주의’ 용어 일부는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 중 ‘성소수자’를 제외했다. ‘노동자’라는 용어도 ‘근로자’로 일괄적으로 바꿨다. 도덕과 교육과정의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뀌었다. 

인권위는 새 교육과정에서 ‘노동자’라는 용어가 ‘근로자’로 변경한 것에 대해 “‘근로자’는 헌법과 법률상의 용어로 존중돼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하는 사람을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하는 ‘노동자’라는 용어 또한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점을 고려해,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에 대해 연구진 등 교육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특히 “이번 행정예고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성에 대한 편견’,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대체한 결정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소극적 차별금지를 넘어 적극적 ‘성평등’을 지향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성소수자’ 용어의 삭제는 사실상 교육청 및 학교에서 성소수자 용어 사용 금지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하며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의 존엄함과 인권보장의 중요성을 천명하고 있으며,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정부 당국은 성소수자를 인권의 동등한 주체로 확인하고 혐오와 차별 없는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교육과정은 모든 교육 활동의 기준과 내용을 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 인권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넘어 향후 모든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인권이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되기를 바라며, 교육과정에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 ‘자유’, ‘평등’, ‘연대’ 등 인권의 소중한 가치가 보다 체계적으로 담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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