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재출간 북토크
기득권자에게 또 공짜로 특혜주는 사회 고발
MZ 세대는 생존 다음 단계 욕구 추구
집필기간 '파친코'는 30년, '백만장자...는 11년'... 다작 생각 없어
“평생 한국인에 러브레터 ... 요즘 보답 받는 느낌”
소설 쓰기 전 성경책 읽어

이민진 작가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 참석했다. ⓒ인플루엔셜 제공
이민진 작가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 참석했다. ⓒ인플루엔셜 제공

‘파친코’로 잘 알려진 작가 이민진(54)은 지난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국내에 재출간된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인플루엔셜, 전 2권)’ 출간 기념 북토크를 진행했다. 2007년 출간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2017년 출간한 '파친코'와 현재 집필 중인 ‘아메리칸 학원’과 더불어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으로 불린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1990년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한국계 이민 2세대 여성 케이시 한을 주인공으로 그가 겪는 가족 내 갈등, 인종, 돈, 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이민진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녹여 남녀, 세대, 계층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민진 작가는 첫 문장에 많은 것을 압축해서 담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재출간된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로 시작한다.  역사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은 ‘역사는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다. 의미심장하고 함축적인  한 문장이 작품 맨 처음에 오기까지에는 오랜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치며 마지막 정점을 찍듯이 첫문장을 완성한다고  한다.  이 작가는 “소설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집필하지는 않는다. 전체글을 다 작성하기 전까지 첫 번째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퇴고를 하고 의문이나 질문에 답변이 나와야한다. 결국 스스로 수많은 질문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첫 문장이 나온다”고 밝혔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인플루엔셜<br>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인플루엔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득권층에게 공짜 음식같은 또 다른 특권을 제공하는 불평등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성실한 노력과 신뢰와 인내 같은 중요한 가치는 평가절하 되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이 책의 첫 문장'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는 어떤 능력과 재능을 살려 성공하는 건 좋은 일로 보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희망이 그와 다를 때 그 성공이 행복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이민진 작가는 모든 사람은 백만장자와 같이 특별한 존재임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백만장를 위한 공짜 음식'은 돈과 성에 대한 가치관이 케이시와 친구 엘라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를 먼저 정해놓고 캐릭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민진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케이시가 얼마나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했는지 알지 못했다. 생존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돈과 성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생존과 안전의 피라미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진 작가는 MZ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성세대의 판단에 일침을 놓는다. ' 부모 세대가 생존을 해결했다면 아이들은 그 다음 단계로 한 단계 발전하는 단계에 있다. 다른 욕구를 가진 그들을 게으르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묘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두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매슬로우 이론은 인간의 욕구를 1단계 생리(생존), 2단계 안전, 3단계 애정(사랑), 4단계 자기존중, 5단계 자아실현으로 구분한다. 

지난 11월 25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이민진 작가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인플루엔셜 제공
지난 11월 25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이민진 작가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인플루엔셜 제공

이 작가는 7세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간 후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자전적 경험과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이민자 가족이 미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소수자의 성장 체험이라는 보편성으로 확대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문제로 1995년 변호사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11년, '파친코'는 30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 시간을 버티며 길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누구는 성인군자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약간은 바보스럽고, 긴장도 많이하고 우울증도 있고, 고집불통 성향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사회적인 지위, 권력, 돈은 필요 없다고 포기했는데, 지금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은 놀랍다”

이 작가는 집필 작업 루틴으로 성경 읽기를 한다고 한다. “연구와 인터뷰는 끊임없이 한다. 집필 시작 전에 성경을 한 챕터씩 읽는다. 작가 윌리 캐더가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했다. 지금은 성경을 7번 정독했다”

이민진 작가가 지난 25일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셜
이민진 작가가 지난 25일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국내 재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셜

그는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MZ세대에게 조언을 했다. “19세기 소설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반복해서 많이 읽었다. 한국 젊은 세대가 미들 마치의 서론이나 요약본만 읽고 시험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을 읽는 것이 하나의 거래형태가 되면 안된다. 나를 변모시키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한다”

이민진 작가는 끝으로 "요즘 매일 울고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평생동안 한국사람에게 러브레터 서사시를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그 보답을 계속받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라고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이민진 작가는 지난 24일 ‘2022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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