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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틀은 바뀌지 않은 채 아이들의 변화는

빠르다.달라지고 있는 우리아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현직교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는

지면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차렷, 차렷~! 차~아~려엇, 차-아-려-엇!

반장이 차렷을 다섯 번쯤 외친다. 그래도

아직 자기 자리에 돌아오지 않거나 뒤의 친

구와 떠들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나머지

50여명의 아이들은 한참 잘 나가는 홍콩 무

술 영화를 잠시 고정시켜 놓은 듯 엉거주

춤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앞에 서 있는 교

사를 무심한 얼굴로 쳐다본다.

-경례!

고개들이 잠시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은 순

간, 교실은 곧 멈춤의 상태에서 플레이 버

튼을 누른 듯 활기찬 움직임과 소리들로 가

득 찬다. 그 활기 속에 오로지 교사만이 소

외된다. 선생이 교탁을 손으로 두드리다 반

응이 없자 막대기로 칠판을 힘껏 두드린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썰렁한 얼굴로 교사를

바라본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

해 교사는 준비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너희들 오늘 학교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

니? 난 지하철 속에서 만난 거지 소년의 웃

음이...

그쯤에서 절반쯤의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얼

굴을 돌리고 지기들끼리 하던 이야기를 계

속한다. 한 쪽에선 까르르 웃고 다른 쪽에

선 농구선수의 사진, H.O.T의 그림 엽서가

오간다. 뒤쪽에선 캔을 따는 소리...

교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딱딱

하게 굳는다.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미처

꺼내기도 전에 황급히 거두어 들여야 하는

참담함...

-교과서들 펴!

분위기 파악에 귀재인 아이들, 즉시 고요해

진다. 이때 잘못 걸리면 재수없게 잔소리를

왕창 듣거나 일어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이 과목은 필수, 지겨워도 대학 가

려면 할 수 없이 들어야 한다. 열심히 교과

서를 들여다 보는 소수의 아이들, 여기저기

서 하품소리, 첫시간부터 졸기 시작하는 아

이들, 몰래 오가는 쪽지.

-선생님!

의외라는 듯 학생을 쳐다보는 교사.

-질문 있나?

-화장실 좀 갔다 오면 안돼요?

‘그러면 그렇지, 질문이라니...물어도 대답

도 안하는 것들이. 선생님 부를 때는 딱 두

가지 이유라니까. 화장실 아니면 사물함 가

겠다는 얘기지. 요즘은 화장실 간다고 나가

서 매점 가서 뭐 사먹거나, 화장실 가서 담

배 피우는 아이들이 많다니, 화장실도 함부

로 보내선 안돼.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펴

봐야 해. 정말 소변이 급한건지 아닌지... ’

‘누가 시시하게 지하철에서 본 거지 이야

기를 듣겠다나. 저 선생은 지겹기만 한 이

야기를 진지한 척 내놓는 게 문제라니까.

수업은 존나 따분하게 하면서 신경질은 많

아 가지구...오늘도 일교시부터 내리 아줌마

에다 오후엔 아저씨, 할아버지...아, 왕 짜

증!’

교사와 학생, 번갈아 가며 시계를 쳐다본다.

제발 종이여, 쳐라, 쳐.

'김혜련 / 현 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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