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호소 “우리 아이들 죽을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느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호소 “우리 아이들 죽을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느냐”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11.22 13:48
  • 수정 2022-11-22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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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주최로 첫 공동 기자회견
진정한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등
정부에 대한 6가지 요구 발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답해야 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 A씨는 “우리 딸 상은이 대신해 절규해본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희생자 유족들의 첫 공동 기자회견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5일과 19일 유가족과 두 차례 면담을 진행한 후 마련됐다. 민변은 희생자 158명 중 34명 이상의 유가족들이 모여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표 발언자 유가족 6명을 비롯해 총 28명의 유가족이 자리했다. 희생자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정부의 공식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 B씨는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들어보이며 “‘사망일시도 추정, 이태원 거리 노상. 사인은 미상’이라고 쓰였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며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이 또다시는 이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희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밝혀달라고 이 정부에 단호히 대응하고 소리치겠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씨의 어머니 C씨는 “30년간 빈에 살던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한국 대학의 어학당에 공부를 하러 왔다가 희생됐다”며 “나라를 이끄시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 이종관씨는 “저희 딸은 방송통신대학 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이며,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딸이었다. 지금도 밤이 되면 딸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참사, 이 비극의 시작은 13만명이 모이는 인파 군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집회 대처와 대통령실 경호경비 등에 우선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찰에도 참사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이후 정부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유족 모임 구성도 없었고 사고 발생 경과와 내용 수습 진행 상황 등 기본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D씨도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며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초동대처가 이뤄졌다면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행전안전부 장관, 국무총리의 자식이 한 명이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112에서 그렇게 무시할 수 있었겠나”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민변 TF 소속 오민애 변호사는“참사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 그쳐선 안 된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발지 과정에서 관련 정보에 접근하고 의견을 개진할 주체여야 한다”며 “이는 재난참사 피해자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의 정부에 대한 6가지 요구사항

1. 진정한 사과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게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헌법상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은 조속히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

2.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10·29 이태원 참사’를 방지했어야 할 모든 책임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가장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거짓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서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

3.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진상 및 책임 규명의 경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진상규명 과정에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및 책임규명이 이루어져야한다. 참사 당시 뿐만 아니라 참사 이전, 참사 이후까지의 진상과 책임이 모두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4.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정부는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각종 어려움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5.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정부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사회적 추모를 위해 추모시설의 마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정부는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의 이름을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공허하고 형식적인 애도가 아니라, 참사의 재발방지와 사회적 추모를 위한 정부의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유가족들과 협의하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기억과 추모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6.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정부는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2차 가해를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참사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책임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2022. 11. 22. (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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