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전쟁과 무인도라는 극한의 상황
우정 나누는 국군과 북한군 그려
내년 2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북한군이 무인도에 함께 갇힌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살아남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 펼쳐졌을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 사진 ⓒ연우무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 사진 ⓒ연우무대

극중 대립하던 국군과 북한군이 함께 힘을 합치게 된 것은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한 배를 고치기 위해서였다. 배를 고치려면 전쟁의 트라우마로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순호’를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배를 고치기를 거부하던 순호는 국군 영범이 해준, 섬에 살고 계신 여신님 이야기를 믿게 된다. 영범은 순호에게 여신님이 부탁을 잘 들어준다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순호는 곧 배를 고친다. 결국 국군과 북한군은 힘을 합쳐 여신님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순호만 믿는 줄 알았던 여신님은 알고 보니 국군과 북한군 모두의 마음 속에 한 명씩 자리잡고 있다. 국군 영범에게는 딸 진희가, 국군 석구에게는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던 누나가, 북한군 주화에게는 기생으로 일하며 떨어져 사는 동생이, 북한군 창섭에게는 어머니가 여신님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 사진 ⓒ연우무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공연 사진 ⓒ연우무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만 하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의 여신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전쟁 속의 부품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겨눴던 총구를 치우고 우정을 쌓아간다. 모두를 지켜보고 계시는 여신님 아래에서는 국군과 북한군의 경계는 사라진다. 그저 똑같은 사람만이 남아있을 뿐.

전쟁, 무인도 표류 등의 상황 속에서 인물들을 위로해주는 아름다운 넘버와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국군 영범이 여신님 이야기를 순호에게 처음 해주는 넘버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가사에 담겨있는 위로의 메시지로 뮤지컬 팬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넘버 중 하나다.

미움도 분노도 괴로움도/그녀 숨결에 녹아서 사라질 거야
그만 아파도 돼/그만 슬퍼도 돼/그녀만 믿으면 돼(넘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중)

올해 10주년을 맞은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조형균, 전성우, 진선규,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대학로의 현재를 이끌어 가는, 그리고 앞으로 이끌어 갈 배우들을 볼 수 있다. 이지숙, 한보라, 최연우, 최호중, 김도빈, 성태준, 조성윤, 박정원, 김현진, 김리현, 김기택, 임진섭 등 출연. 11월 8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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