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탈환 헤르손·미콜라이우 주민 대피시작
자포리자 원전 포격 책임 공방...IAEA, "안전에 문제 없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병원 건물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병원 건물이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세계보건기구(WHO)가 올 겨울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책임자인 한스 앙리  클루게 박사는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설의 절반이 손상되거나 파괴됐으며 현재 1000만명이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4F)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WHO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보건의료시설 703건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주에도 러시아는 에너지시설과 민간건물을 폭격했다.

클루게 박사는 키이우에서 열린 회견에서 "올 겨울은 생존이 문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보건 시스템은 지금까지 전쟁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으며, 최선의 해결책은 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수백 개의 병원과 의료시설이 가동을 멈췄으며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연료, 물, 전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 병동에는 인큐베이터가, 혈액은행에는 냉장고가, 중환자실에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며 "모두 저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HO는 최대 3백만명이 따뜻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집을 떠났다고 밝혔다.

클루게 박사는 도네츠크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1만7,000명이 그들을 살릴수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곧 고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클루게 박사는 코로나19 예방 접종률이 낮아 "우크라이아닌 수백만명이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반시설인 취약한데도 우크라이나 전력의 25% 이상을 생산하던 자포리자 원전은 더 이상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 재탈환 헤르손·미콜라이우 주민 대피 시작

[헤르손=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내에 탈환을 축하하는 주민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헤르손=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내에 탈환을 축하하는 주민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재탈환한 헤르손과 인근 미콜라이우에서 주민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견디기에는 기반시설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는 우려에 따라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관리들이 21일 말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남부 2개 지역 주민들은 중부와 서부의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가 "교통, 숙박,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두 곳은 지난 몇달 간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포격에 시달렸었다.

대피령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과 주변 지역을 재탈환한 지 일주일 만에 내려졌다. 재탈환은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승리이지만 겨울이 시작되면서 전력 기반 시설의 대대적 파괴로 주민들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망운영업체 우크레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대표는 우크라이나 15개 지역에서 4시간 이상 정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국가 에너지 시설의 4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 자포리자 원전 포격 책임 공방...IAEA, "안전에 문제 없다"

자포리자 원전 시설이 포격을 받아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화하고 있다. ⓒ에네르호아톰 홈페이지
자포리자 원전 시설이 포격을 받아 발생한 화재를 소방관들이 진화하고 있다. ⓒ에네르호아톰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 271일째인 21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포격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비방전을 이어갔다.

이날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 포격 책임을 우크라이나의 탓으로 돌리며 국제사회가 나서 포격 행위 중단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을 중단하도록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대표는 이날 "자포리자 원전은 핵 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발생할 작은 핵 사고를 받아들일 모양새"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포격 책임이 러시아의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68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연맹 연차 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사보타주(고의적 파괴공작)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 모두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어떤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원전 파괴행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리 삭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고문은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포격이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을 차단해 우크라이나인들을 동사시키려 하는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기를 빼앗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얼어 죽게 하려는 학살 행위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전장에서 아무것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선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양측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원전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양측에 촉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자포리자 원전 포격에 대해 "잠재적인 심각한 핵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음에는 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같은 포격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번 포격은 원전의 핵심 안전 및 보안 시스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며 "킬로미터(㎞)가 아니라 미터(m) 단위로 가까워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IAEA는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우려가 지속되자 원전 주변을 안전·보호지대 설치 방안을 마련했다. 그로시 총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설득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IAEA 전문가들은 이날 원전 부지를 살펴보면서 이번 포격 영향을 조사한 결과 즉각적인 안전 문제는 없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무기 포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핵심 장비는 손상되지 않았으며 즉각적인 핵 안전이나 보안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의 6개 원자로는 모두 안정적이며, 저장 시설의 연료와 방사성 폐기물의 무결성을 확인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시설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IAEA는 인근 도시에 포격은 있었지만,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포격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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