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와 협상 제안은 항복 의미"
우크라이나, 헤르손 복구에 270만 달러 투입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유럽 최대규모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또다시 폭발이 발생했다.

BBC와 CNN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러시아군이 원전 포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12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재가동이 필요한 원자로 5·6기를 노렸으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전력 생산 복구를 못하게 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원전 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의 레낫 카르차 고문은 "그들(우크라이나군)이 어제 뿐만 아니라 오늘도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르차 고문은 "15차례 포격으로 현재 원전 시설 등에 피해가 있었다. 다만 방사능 유출은 없으며 부상자도 없다"며 "원전에 대한 어떠한 포격도 원자력 안전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우크라이나측을 비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어제(19일) 저녁과 오늘 아침 강력한 폭발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뒤흔들었다"며 "자포리자 원전 상주 IAEA팀이 12번 이상의 폭발음을 들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들이 창문에서 일부 폭발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어제와 오늘 아침 우리 팀으로부터 들은 소식은 극히 불안하다. 주요 원전 부지에서 폭발이 발생했는데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배후가 누구든 이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전에도 재차 말했으나,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포리자 원전에 지난 9월부터 파견된 IAEA 사찰팀은 이번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 일부 건물과 시스템 장비 손상이 있었으나 원자력 안전, 보안에 중요한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비무장 안전 구역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협상 제안은 항복 의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최근 일부 외신이 보도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상제안은 이상하다며 이는 항 복을 의미하룻 있다 주장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각)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쥐게 됐는데 '어쨌든 군사적 수단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협상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는 것은 약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토를 회복하고 있는 국가(우크라이나)는 지고 있는 국가(러시아)에게 항복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외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대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기 전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겨울 추위와 눈이 찾아왔으나 반격을 "멈출 여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늘 작은 (군사적 반격) 중단도 우크라이나가 입은 피해를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국경에 대한 통제를 되찾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두려워할 때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 헤르손 복구에 270만 달러 투입

[헤르손=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내에 탈환을 축하하는 주민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헤르손=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내에 탈환을 축하하는 주민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헤르손주 지역의 파괴된 시설 복구를 위해 270만 달러(약 36억 2610만원) 규모의 재정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각) CNN이 보도했다.

CNN 따르면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새로 해방된 헤르손 지역의 복구를 위해 1억 흐리우냐(약 270만 달러)의 재정을 우선 할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재정 투입)은 헤르손 지역의 재건의 시작이다. 우선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전기, 수도, 난방, 통신 복구에 관해 논의 중"이라며 "헤르손 주민들에 대한 연금 지급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력·난방·수도 시설의 집중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겨울철 생존은 물론 전후 재건 논의도 시급한 상황이다.

슈미할 총리는 러시아의 발전소·변전소 등 주요 인프라 시설 파괴에 따른 부족한 에너지를 복원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발전기를 수입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발전기 또는 충전소를 관세·부가가치세 없이 수입할 수 있게 됐다"며 "하루 약 8500개의 발전기 세트를 수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매월 최대 15억 유로(약 2조원)씩 총 180억 유로(약 2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재건 자금 수요를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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