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다. 무기력하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큰 규모의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겠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난, 우리가 왜, 이라크에 젊은이들을 파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누구의 국익인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자행된 이라크 전쟁에 우리가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단 말이다.

파병을 한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의 선포다. 즉,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

지원군은 전쟁 병사가 아닌가?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은 미군이 나가서 싸움질을 할 동안 뒤에 남아 미군 기지를 청소해주고 밥해주는 역할만 하는가? 총이라는 것은 들지도 않을 것이며 사람은 죽일 생각도 하지 않는가? 그도 아니라면, 어차피 미군에 의해 죽을 목숨 우리가 죽인다 한들 뭐가 문제냐고 뻔뻔스럽게 대답할 것인가?

한국 사회는 혁명중이다. 대대적인 낙선운동의 성과와 정통성 파괴의 대통령을 당선도 시켰고, 탄핵에 맞서 거대한 민중 촛불잔치도 벌였다. 우리는 조용히 승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던진 한 표의 무기력함을, 내가 주었던 신뢰의 무너짐을 그들은 팔짱끼고 지켜보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어쩔 수 없다고, 정치인이 되어보니 어떠한 사안의 '옳고 그름만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젊은 정치인은 답한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되나?

부끄러운 줄 모르는 그네들 앞에서 소름이 돋고, 나는 절망한다.

결국 파병선언은 무고한 한 시민의 납치로 이어졌고 그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병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까짓 한 사람의 목숨이야 거대 이익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나 보다.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싸움터에 나가 피를 흘릴 젊은이들은 적어도 국회의원 자식들은 아닐 터다. 정직하게 답하라.

대통령은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언제나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대통령께 부탁한다. 그리고 소위 '여당'이라고 불리우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께도 부탁한다. 당신들이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당신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었던 우리들의 한 표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이라크 파병 철회하십시오!!

조유성원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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