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개 현장 영상·사진 분석...참사에 여러가지 요인 기여
전문가 "군중사고 발생 후 통제 불가...예방이 최선"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이태원 참사 원인을 분석한 워싱턴포스트 기사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의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는(WP)가 이태원 참사때 구조를 지연시킨 결정적인 실수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P는 16일(현지 시각) 350개 이상의 현장 영상 및 사진 분석과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중요한 요인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P는 참사 당일 긴급 통화 기록 조사와 수십 명의 목격자 인터뷰를 통해 오후 6시 28분부터 참사가 발생한 골목이 "위험하게 혼잡해졌다"고 판단했다.

참사가 발생할 즈음인 밤 10시 8분부터는 몇몇 경찰관과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 골목으로 가는 사람들의 방향을 돌리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늦었다고 분석했다. 

WP는 "오후 10시 8분부터 10시 22분 사이 최소 16건의 119 긴급 전화가 더 걸려왔고, 당시 현장 영상에서는 5명의 경찰관이 밀려드는 인파에 의식을 잃은 희생자를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밤 10시 39분이 되어서야 응급요원이 골목의 양쪽 끝을 폐쇄했고, 결국 이렇게 30분이나 늦게 골목의 출입 통제가 이뤄지면서 유입되는 보행자로 인해 구조 행위가 방해를 받았고 "그 결과 사망자가 증가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자료 검토 내용을 토대로 "경찰이 광범위한 대응을 시작하기까지 또 다른 11분이 경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사고로 거의 200명이 다쳤고, 지금도 7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라며 "이태원 참사의 사상자 규모가 최근 미국 휴스턴의 야외콘서트(2021년 11월)와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2022년 10월)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의 사상자를 넘어섰다"라고 전했다.

WP는 "이태원은 핼러윈 주말이면 평소에도 수만 명의 젊은이가 모여드는 곳"이라며 "코로나19 방역 규정이 풀리면서 지역 상인들은 올해 더 많은 인파가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할로윈을 맞아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할로윈을 맞아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홍수형 기자

신문은 통제뿐만 아니라 구조도 매우 늦었음을 지적했다. 이 언론은 "당시 참사 현장 영상 분석에 따르면 응급 요원이 골목 양쪽 끝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는 데도 26분~31분이 걸렸다"고 진단했다. 

WP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이번 참사는 완전히 예방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2021년 핼러윈 주말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투입된 경찰의 엄격한 통제 속에 사람들이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질서 있게 이동했다"라고 "하지만 3년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올해 핼러윈 주말에는 그런 예방 계획이 없었고, 대신 경찰은 성범죄나 마약 사용을 단속하기 위해 137명의 인력을 투입했다"라고 전했다.

김영욱 세종대 교수는 "한국의 경찰 당국은 수만 명이 모이는 잦은 시위와 군사 정권의 역사로 인해 군중 통제 및 감시를 위해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라며 이번 참사에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의 군중 전문가인 마틴 아모스 교수도 "이태원 참사 같은 압사 사고는 일단 벌어지면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당국의 최우선 목표는 처음부터 이런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한국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도 이번 참사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했다. "10월 말 이태원에서 예방이 부족했던 것은 부분적으로 법 집행을 위한 국가의 하향식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한국의 공무원은 법률이나 규정이 요구하지 않는 경우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사건에 대비하거나 보안 매뉴얼에 의무화되지 않은 예방 계획을 제안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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