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여성주간에 부쳐

~A5-1.JPG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여성주간이 만들어진 지 벌써 아홉 해가 지났다. 전국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여성주간 기념행사는 여성단체 주도로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 9년의 여성주간을 거치면서 여성정책의 영역이 확장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여성폭력 예방에 대한 이슈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요구가 구체화되고 있다. 즉 안정된 여성일자리 확대, 여성 위주의 보살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 열린 가족·평등가족 정책 등 여성의 관점에서 가족과 노동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2004년 여성주간을 맞이하면서 어느 해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총선을 통해 여성의 정치참여가 확대되고, 육아지원에 대한 국가계획이 수립되고 있고,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성폭력 관련 3법이 갖춰진 현 시점에서 여성운동과 여성정책은 무엇을 향해 나갈 것인지 새로운 모색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제 정부와 국회에서 여성정책을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으므로 여성단체는 여성정책 법, 제도화에 대한 요구를 넘어서서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와 국회가 여성정책을 실천할 수 있도록 모니터하고 비판하는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정책의 주류화가 미약한 조건에서 여성단체와 정부가 협력하면서 여성정책을 발전시켜왔다면, 이제 여성단체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여성이슈를 확산하고 대안적인 담론 형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구조에 편입되면서 진보적 가치로 발전시켜온 평등, 평화, 공존보다는 무한경쟁, 효율, 갈등이 지배적인 현상이 되었고 그 가운데 평등, 평화 애호 세력인 여성에 대한 반격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노동시장과 가정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슈는 세계화와 연관해서 여성의 빈곤화를 심화시키는 시장정책에 반대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균등한 노동 기회, 세계 민중·시민과의 연대 등 대안적인 세계화를 모색하며 새판 짜기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셋째, 다양성 수용과 양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주류 담론이 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동안 여성운동, 여성정책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또는 여성권익 옹호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활동방식은 여성운동, 여성정책이 여성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나 평등사회를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할 때 남성의 참여와 동조, 다양성에 근거한 차이의 인정, 모든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전략이 매우 중요해진다. 여성주의의 가치와 철학도 배타성과 분리가 아니라 연대와 공존, 통합이라고 본다. 여성들의 이러한 감수성이 사회의 틀을 바꾸는 앞선 더듬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