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덫' 통쾌하게 빠져 나가다

다양한 여성들의 관계·욕망 조명<사춘기> <사랑해야 하는 딸들>

<걸 프렌즈> 등 주목 받아

여성주의 만화는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의 언어'로 그려낸다. 국적과 연령을 초월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어머니가 되기까지 다양한 여성들 사이의 관계와 욕망을 재미있으면서도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멋대로 뻗쳐나온 듯한 그림체가 매력적인 작가 '이빈'의 는 아직 '여성화'의 덫에 걸리지 않은 발랄한 여고생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을 입고 점심시간에는 말뚝박기를 하는 이들의 우정에는 성적도, 연애도 끼여들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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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여대생들의 이야기, 그들이 겪는 정신적 사춘기.

캐릭터의 작은 눈동자와 평범한 옷차림이 사실적이어서 낯선 '이진경'의 <사춘기>는 인형처럼 다소곳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네 명의 여대생 이야기를 다룬다. 규범과 제도, 그리고 보수성에 익숙치 못하기 때문에 '별난 아이'쯤으로 취급받던 여자아이들은 언제까                      지나 불안한 성장기에 머무르게 될 것처럼 보인다.

'한혜연'의 단편들은 연애를 하면서 점점 매몰되는 여성의 입장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첫만남의 가슴 뛰고 설레던 순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하고 남자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태연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격월간지 <오후>에 연재되고 있는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부터 페미니즘의 뜻을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직업, 사랑, 결혼 등의 관문에 부딪힐 때마다 학창시절의 꿈과 계획은 구부러지거나 좌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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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나나'라는 이름을 가진, 전혀 닮지 않은 두 여자의 이야기.

'야자와 아이'의 <나나>는 이미 매니아가 형성되어 있는 작품으로 '나나'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자의 상반된 입장과 그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사랑 지상주의자인 '나나'와 가장 사랑하는 남자도 미련 없이 떠나 보낼 수 있는 '나나'는 서로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                      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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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 함께 뛰놀며 성장하는, 학교의 주체가 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아즈망가 대왕>은 절대 한 가지로 묶을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여고생들을 네 컷 만화로 표하고 있다. 작가 '키요히코 아즈마'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렸다는 이 만화의 배경은 여남공학이지만 여학생과 여자 선생님이 주인공이 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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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다양한 계층과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여자들의 우정.

'미에코 오사카'의 <아름다운 시절>은 일하는 여성들의 직업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작년에 완결된 11권은 웃는 얼굴이 귀엽지만 편집에는 서툰 편집부 직원 루나의 이야기이다. '야마시타 카즈미'의 <걸 프렌즈>는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자매에서 라이벌로 바뀐 쌍                      둥이 자매 하루카와 카나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학교와 사회, 어디에서도 '그'가 아닌 '그녀'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언제나 존재했으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때로는 즐겁게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 작가는 성급하게 그녀들의 가치관과 삶에 '개입'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김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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