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의 침묵을 깨고]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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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나 실제 사회현상을 다루는 대학 수업은 매 학기 조금씩 강의 내용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혐오” 강의는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매 학기 가르치는 내용도, 학생들의 반응도 바뀌고 있다. 한때 대역죄인 취급을 받던 확진자도 이제는 위로받고, 전 국민이 호패처럼 지니고 다니던 백신 패스도 자취를 감췄다. 판데믹 상황이 급변하면서, 학생들 역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시로 마주하고 있다.

중국인 혐오, #번 확진자 동선 공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학생들에게 코로나19를 처음에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2021년 1학기에만 해도 50여 명 중 한두 명은 ‘우한폐렴’이라는 명칭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2년 2학기엔 한 반에서 그 명칭을 바로 떠올리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학생들에게 당시 언론, 포털 메인에 버젓이 걸려있던 중국인 입국 금지 시위, 대림동 등 중국인, 중국동포 거주지역을 향한 부정적 기사, 커뮤니티 글과 댓글을 보여주면서 코로나19 초기 확산 시기에 국내에서 얼마나 중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렸는지를 상기시켰다.

학생들은 그 당시를 기억해내곤 “처음 코로나가 등장했을 때 모두가 우한폐렴이라고 부를 때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우한폐렴이라고 불렀다”, “평소 우한폐렴이 우한에서 시작되어서 그냥 생각 없이 우한폐렴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 이 단어가 지리적 차별을 일으키고 감염병 자체가 아니라 공포와 편견, 차별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특정한 질병이나 사고에 지명을 이어 붙이는 것이 ‘낙인찍기’가 된다는 것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중국인을 향하던 혐오의 화살이 곧이어 내국인 확진자에게로 몰렸던 2020년 봄의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기사를 소개했다. 확진자의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히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을 접한 학생들은 “진짜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고요?”라고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66번 확진자의 동선 공개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인터넷에 가득하던 당시 자료를 보고는 그때는 확진자 동선 공개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솔직히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생각해보니까 저렇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성향이 있을 수 있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연했던 게 맞나 생각하게 됐다.”

‘코학번’들에게 코로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수업을 하면서, ‘코학번’(코로나19감염증 확산 속 대학에 입학한 20학번, 비대면이 일상화된 상황 속의 21학번)들에게 팬데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면서, 급변하는 상황에서 누구든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나도 누군가를 아무 생각 없이, 거리낌 없이 혐오할 수도 있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학생은 “사실 이제는 무엇이 민폐인지, 어디까지를 내 몸에 대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수업을 듣고 나니 더 모르게 됐다”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백신 맞으라니 맞고’, ‘나라에서 하라니까 학교 가지 말고’ 살아가던 학생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주는 것, 그게 수업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들이 이렇게 혼란, 의심을 마주할 때 몰래 기뻐하고 있다.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 나를 원망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신하영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신하영 교수 제공
신하영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신하영 교수 제공

신하영 교수가 2021년부터 세명대 정규 교과목으로 개발해 강의 중인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공존’ 수업의 주요 내용과, 학생들이 참여한 토론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은 연구와 저술 목적으로 익명 처리, 오탈자 교정을 포함한 각색을 거쳐 동의를 얻어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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