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희 명예교수 연구결과 발표

11일 서울 서초구 은곡빌딩에서 중민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코로나19와 생명정치 학술세미나 및 기념행사'에서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11일 서울 서초구 은곡빌딩에서 열린 중민재단 창립 10주년 학술세미나에서 '코로나19와 생명정치'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험 속에서 새로운 화두로 ‘생명정치(bio-politics)’가 떠올랐다. 국가는 시민의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명정치 시대를 이끌 사회 변동의 주체로 ‘젊은 여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30 여성들이 생명의 가치에 대해 남성보다 급진화되고 있어 생명정치의 주체로서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중민재단에서 열린 중림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의 ‘코로나19와 생명정치: 우리는 왜 새로운 변동주체로서 젊은 여성에 주목하는가?’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 교수는 한국여성학회 회장,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 등을 지낸 저명한 여성학자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과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비판범죄론』, 『위험사회와 성폭력』, 『모성의 담론과 현실』 등을 펴냈다. 

중민재단이 33개 도시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글로벌 서베이’ 결과. ⓒ중민재단
중민재단이 33개 도시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글로벌 서베이’ 결과. ⓒ중민재단

심 교수는 주장의 근거로 ‘코로나19 글로벌 서베이’ 결과를 제시했다. 이 조사는 중민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9월 서울을 비롯해 뉴욕, 토론토, 도쿄, 런던, 자카르타, 상파울로 등 세계 33개 도시 1만756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개인적 심리적 불안’, ‘가정생활의 불안지수’ 항목에서 20~30대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더 높은 불안지수를 보였다. 특히 ‘가정생활의 불안지수’ 항목에서 서울의 경우, 20대 성별 격차는 세계나 동아시아 조사 결과보다 더 벌어졌다. ‘개인의 심리적 불안’ 항목에서도 서울 여성은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더 높았다. 20대 여성의 불안감이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 여성이었다.

심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 속에 경쟁의 압박이 심화되면서 20~30대 여성들의 가정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서울 젊은 여성의 경우에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회적 불안감이 여성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에 대한 불안이라면 심리적 불안감은 여성으로서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으로서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젊은 여성을 사회변동의 주체가 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봤다.

또 “사회적 불안감은 개인을 변동의 방향으로 이끈다. 안정성이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변화를 싫어해 현실에 만족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변화를 추구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은곡빌딩에서 중민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와 생명정치 학술세미나 및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홍수형 기자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와 중민재단 이사장인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홍수형 기자

이번 조사에서는 개인화와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조사도 이뤄졌다. 결혼과 출산, 이혼 대한 생각을 물은 ‘개인화 지수’ 조사, 공동체의 필요성, 필수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물은 ‘코로나 19 공동체 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전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20대 여성은 개인화 지수도 높으면서 공동체 지수도 함께 높았다. “개인화 지수와 공동체 지수가 모두 높은 것은 서울과 일부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특이한 현상”이라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심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는 생명가치와 돌봄 윤리에 관한한 남성이 여성보다 급진적 방법을 쉽게 수용한다고 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나듯 코로나 19를 경유하며 생명가치 추구 방식에 관해 젊은 여성이 남성보다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심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변동 주체로 부상하는 계기와 조건에 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젊은 여성들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여성들로 구성돼 있고 그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 도한 다양해 하나의 범주로 묶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페미니즘도 온건에서 급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젊은 여성들이 생명정치의 새로운 틀 안에서 어떻게 모일 수 있는가의 질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토론에는 △심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젠더와 세대의 결합) ▽ 신민주 ‘판을 까는 여자들’ 공동 저자(젊은 여성은 누구인가?)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돌봄(윤리)의 탈젠더화로 ‘살림’의 정치를)가 참여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은곡빌딩에서 중민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와 생명정치 학술세미나 및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Fellwo, 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신민주 <판을 깨는 여자들> 공동저자 ⓒ홍수형 기자
왼쪽부터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Fellwo,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 신민주 <판을 깨는 여자들> 공동저자. ⓒ홍수형 기자

한편, 학술 세미나에 이어 중림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혜숙 이화여대 전 총장,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중민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민재단은 1980년대 중엽, 민주화 전환기에 중산층과 민중의 공존을 위해 주창됐던 중민이론의 뜻과 가치를 계승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어 2012년 1월 30일에 창립 세미나와 기념식을 열었다”며 “양극대립의 악순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민재단은 보다 알찬 학문연구에 기반해 중민의 가치를 사회에 전파하고 확산하는 ‘사회적대화 프로그램’ 등을 앞으로 적극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은곡빌딩에서 중민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와 생명정치 학술세미나 및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심영희 한양대 법학전문대 교수,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명예교수, 차흥봉 한림대 명예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왼쪽부터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 ⓒ홍수형 기자
11일 중민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1일 중민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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