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강경파, 헤르손 철수 군부·푸틴 비판 고조 

[헤르손=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최근 탈환한 헤르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헤르손=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최근 탈환한 헤르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방문했다.

14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헤르손을 방문한 자리에서 "헤르손을 해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멀고 어려운 길이 놓여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인들에게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 러시아에게 빼앗겼던 헤르손을 8개월만인 최근에 다시 탈환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시를 둘러싸고 있는 드니프로강 서쪽으로 물러나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점령지 중 유일한 수도지역이었던 헤르손시에서 지난 9월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을 선언했으나 한달여 만에 물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헤르손 주정부 건물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게양되자 우크라이나 국가를 불렀다.

그는 "우리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나라 전체를 위한 평화"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은 우리 나라의 영토이다. 이것이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이유이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다시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러시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실수"라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네덜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어려울 것이다. 푸틴의 목표는 올 겨울 우크라이나를 춥고 어둡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강경파, 헤르손 철수 군부·푸틴 비판 고조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의 철수를 결정한 러시아 군부 판단을 두고 친러 강경파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 내 전쟁 찬성파들 사이에서 자국군의 헤르손 철수 결정 후 군부를 겨냥한 공격 수위가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는 것을 금기시 해오던 수준도 깨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브레인'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풀렸던 러시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마저 헤르손 철수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공공연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온라인 게시물에서 "통치자의 주요 임무는 인민들과 영토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어떤 것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해 온 두긴의 직접적인 비판은 극히 이례적이다. 차량폭발 사고로 자신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목숨을 잃었을 당시에도 "내 딸은 (전쟁) 승리를 위해 죽었다"며 군부에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지속할 것을 촉구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두긴은 지난 12일 러시아 방송 차르그라드TV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한 궁극적 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러시아의 도시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러시아의 이데올로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두긴은 특히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영국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연구에 인용된 '비의 왕(king of rain)'의 운명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비의 왕은 인류학자 프레이저의 고대 종교 연구서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해당 연구서에는 가뭄 속에서 비를 내리지 못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왕은 빨리 제거하고 새 인물로 교체해야 더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 국면에서 러시아의 영토를 내준 것은 푸틴 대통령의 책임으로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는 12일 분석 자료에서 두긴은 헤르손·벨고로트·도네츠크·심폐로폴(크름반도) 등을 푸틴 대통령이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영토를 지키는 것으로 '러시아 세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변 강경파들의 조언을 경시한 것은 푸틴 대통령으로, 헤르손 철수를 결정한 세르게이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책임이 없다고 두긴은 주장했다고 ISW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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