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윤석남, 일본 여성주의 미술인들과 전시회

'미친년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여성주의 사진 작가 박영숙씨(60)와 어머니, 선대 여성들의 질곡과 힘을 투박한 목재를 통해 표현해온 화가 윤석남씨(65)가 일본의 여성주의 예술인들과 전시회를 연다.

'경계선 사건'(Borderline Cases)이란 제목으로 이번 달 17일까지 일본 도쿄예술가회관(Artist Resideny Tokyo, A.R.T)에서 열리는 전시는 한일 양국의 여성주의 예술가들이 국가, 사회, 언어, 젠더,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이슈를 '경계선'이란 키워드를 통해 탐색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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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위 비디오아티스트로서 미국과 동아시아를 오가며 엄마-아이 간의 관계, 다양한 젠더 문제에 '태클'을 걸어 온 마코 이데미쓰(64)는 이번 전시에서 여성과 여성의 육체 간의 이미지의 관계를 비디오/설치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만나기 위해 문득 한 순간, 현실 바깥으로 나가 버리는 모습을 표현한 '미친년' 시리즈의 작품. 사진 속 인물은 화가 윤석남이다.

일본의 근대사에 여성들이 점유해 온 위치를 탐구한 요시코 시마다(46)는 회화/설치 작품들을 전시한다. 타리 이토(53)는 2002년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 여성과 역사'전에서 “두려움은 어디에 있는가?”란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와 언어 사이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재구성되는 정체성을 탐구했던 테레사 학경 차의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단일한 정체성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가, 사회, 언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와 관점, 사고가 소통하는 열린 대화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일본의 페미니스트 미술인 단체인 '페미니스트 아트 액트 브리게이드'(Feminist Art Act Brigade, F.A.A.B.)가 주최했다. 6월 27일 게이오 대학에서 박영숙, 윤석남, 타리 이토, 미치코 카사하라(도쿄 현대미술 박물관 큐레이터), 요시코 시마다가 참석한 가운데 심포지엄 “경계선에 대한 공동 반응-한국과 일본의 여성 미술”이 열렸다.

이에 앞서 1월 31일에는 클레오 오사카 니시에서 박씨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질의·응답 시간과 2월 1일 심포지엄 '미친년/일본'이 열려 박씨의 '미친년' 시리즈를 둘러싸고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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