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이병헌 결별 후 대소동…

상업저널리즘·연예 자본주의·가부장 이데올로기 결탁

영화배우 김윤진의 반란, 연예인 인권 전환점 기대

최근, 한 연예인 커플의 연애담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SBS TV드라마 '올인'에서 만나 지난해 5월 전격 교제 사실을 밝힌 탤런트 송혜교, 이병헌이 그 주인공. 얼마 전 이들이 결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신문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앞다투어 다뤘다. 그 내용은 이들이 “뜨겁게 사랑하다가 헤어진 가슴앓이”를 하고 있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평소보다 핼쑥해진 모습”이며 “결별의 아픔을 겪는 와중에도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거나 “감정몰입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걱정과 달리 발랄한 모습으로 연기”를 하는 데 대한 '감탄'과 '안도'였다. 마치 정해진 '각본'처럼 '뜨거운 사랑'에서 '결별' '아픔을 딛고 일에만 몰두'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데 더해 지난 14일, 이들이 소속된 연영 엔터테인먼트와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의 결별에 대해 각 언론사에 일제히 결별 공식선언 보도자료를 돌렸다.

가십과 상품성은 계륵 관계?

사실 연예인들의 연애, 삼각관계, 결별, 결혼 등의 소식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나의 가십이 되기 일쑤고 그러한 가십에 대중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고정적으로 방송이나 연예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의 상품성도 결국엔 한계가 있다. 스타의 상품성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하는데, 드라마 '올인'의 경우 방영 초기부터 주인공들의 스캔들이 나돌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뒤 두 사람은 교제 사실을 밝히고 함께 공항을 빠져나오는 등의 모습으로 언론과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들이 실제 연인이었는가 아닌가는 차치하더라도, 이처럼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한 차례씩 스캔들에 휘말리는 예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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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드라마, 영화 속에서 애절한 사랑을 나누던 '커플'이 실제 '커플'이 되어 나타난다면, 사람들의 로맨스 판타지는 은근슬쩍 현실로 전이될 것이다. 그리고 그 판타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 화제의 TV드라마 <올인>을 통해 연인으로 맺어졌다가 파경을 맞은 송혜교-이병현 커플.

여자 연예인(혹은 남자 연예인)을 '벗기거나' 성상품화해 이득을 보는 한편, 로맨스 판타지가 갖가지 버전으로 변형되며 새롭게 상품화되고 있는 것. 여기에 '스타들의 짝짓기''연예인 커플 게임 프로그램'등 '커플'을 강조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가부장적인 통념과 그들을 '커플'로 만들었다 '결별'하게 만드는 상업저널리즘, 연예자본의 결탁이 있다. 그 시스템 안에서 생산되는 대중들의 욕망과 이중성도 빼놓을 수 없을 터. 연예인들에게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부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폭력적으로 대하고 비하하는 심리가 그것이다.

스타에게 강요되는 '혈연주의' 족쇄

최근, 연예인으로서 이러한 구조에 제약받는 본인의 사생활권, 행복 추구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대판 노비문서'라 불리는 기획사와 연예인의 불공정한 전속계약 관행에서 연예인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 <쉬리>의 주연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김윤진씨의 전 소속사인 파워엠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김씨와의 전속계약서상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60일 이내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시정조치한 것. 공정위는 자체 조사 결과 대부분의 연예인 전속계약서가 이처럼 기획사에게는 권리 위주로, 연예인에게는 의무 위주로 규정되어 있고 계약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연예인에게 불리하게 작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조항은 '항상 자신의 위치를 연예기획사에 통보하라' '각 조항 위반시 위약벌로 계약금의 3배를 지급하라' '연예기획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획사가 주관·주최하는 행사에 무상 출연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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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제소 사건을 두고 일각에선 연예시장이 커지고 연예기획사가 방송사와 대등한 입장에 놓일 만큼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스타급 연예인의 위상 또한 높아져 아직까지 일부이기는 하지만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가 대등해지는 현상을 반영하는 예라고 해석한다.

▲김윤진 주연의 영화 <쉬리>의 한 장면.

실제 90년대 들어 연예산업은 하나의 콘텐츠로 방송·극장·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서적 출판·음반·캐릭터 등 다양한 연관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올라 공정위 추산 국내 500개에 달하는 연예기획사는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기업화, 대형화, 시스템화되면서 코스닥 상장기업의 형태로, 펀드 형태로, 개인투자자 모집 형태 등으로 거대한 자본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처럼 대형화, 전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연예자본은 한 연예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한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면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이상한 '혈연주의'가 맺어지는 시스템 안에서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인권은 보장되기는 어렵다는 설명. 무엇보다 스타 한 사람의 개선 노력으로는 일회성에 그치기 쉬워 계약 관계에 들어가기 앞서 꼼꼼이 불공정한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스타가 되기 위해 불공정한 것들이 인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스타가 되고 보자'는 식으로 기획사의 후광에 의탁하는 것은 문제다. 초기에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어 나가려는 연예인들 스스로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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