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

@A15-3.JPG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데뷔한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는 맑고 따뜻한 영화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나영은 달걀로 끼니를 때우고 400원 때문에 손님과 머리채를 붙들고 싸우는 '목욕관리사' 엄마가 창피할 따름이다. 누군가 내다버린 가구를 집안에 들여와 딸의 방에 들여놓으려 하고, 우체부 출신의 남편을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매일 구박하는가 하면 심지어 시한부를 선고받은 아빠가 예고도 없이 집을 나갔는데도 그런 남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뉴질랜드 여행이 유일하게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던 나영은 여행을 포기하고 무심한 엄마 대신 제주도로 아빠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섬에 발을 디딘 순간, 갈래 머리를 한 스무 살 적의 엄마, 까만 얼굴에 나영을 '언니'라고 부르는 연순을 만나게 된다.

연순은 물질로 어린 동생을 공부시키는 순박한 처녀 가장이지만, 그에게는 동생에게 매일 편지 심부름을 시킬 만큼 좋아하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 진국(박해일 분)이 있다. 생활고에 찌든 지금의 엄마를 연상할 수 없을 만큼 우체부 진국을 짝사랑하는 연순의 눈빛은 맑기만 하다.

같은 시공간 속에서 20년 전 엄마를 만난다는 판타지 형식은 독특하다. 그러나 진국이 뭍으로 전근간다는 소식에 연순이 물질을 하다 정신을 잃고, 나영이 '엄마'를 부르며 달려가는 장면에서야 다소 밋밋하게 연순과 진국의 연애 장면으로 채워지던 영화는 극적인 전환을 맞는다. 연순을 간호하는 나영을 두고 진국이 어디론가 떠날 때까지 관객들은 그가 나영의 20년 전 아빠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다.

영화 <인어공주>에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 이는 '눈물겨운 가족애' '엄마와 딸의 화해'라는 상투적인 문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엇이다. 이 땅의 모든 딸들이 한 번쯤 던졌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란 말처럼 엄마와 똑같은 외모를 지닌 나영은 “한 번도 좋았던 기억이 없다”며 '지긋지긋한' 가족사를 원망하지만, 20년 전 첫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엄마를 만나면서 그의 맑은 눈빛을 지켜보며, 엄마와 자신의 '닮음'을 인정하고 감싸안는다. 푸른 심해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엄마의 꿈과 자유스러움을 이해하게 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억척스러움을 표현한 고두심과 1인 2역을 한 전도연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하다. 30일 개봉.

임인숙 기자isim123@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