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순 지사 유가족 미국서 대구 찾아
유가족, 행복진흥원 여성가족본부 사업 통해
시어머니·할머니 독립운동 행적 알게 돼

한연순 신명여학교 3회 졸업사진 ⓒ신명고등학교
한연순 애국지사의 신명여학교 3회 졸업사진. ⓒ신명고등학교

1919년 3.1운동에 나섰던 독립운동가 한연순 애국지사의 유족이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여성가족본부(이하 여성가족본부)를 찾았다. 한 지사의 며느리 최운봉(85)와 장손 이현규씨와 손주며느리 박지영씨, 손녀 이연경씨가 시어머니와 할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에서 대구 청라언덕까지 온 것이다.

한 지사는 신명여학교(신명고등학교 전신)를 졸업하고 1919년 3월 31일 충남 아산군 백암리에서 독립 만세 시위를 펼쳤다. 만세를 주도하던 한 지사는 공주지방법원에서 3개월 형을 받고 옥고를 치른 후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에도 여자학흥회에서 임원으로 활약했고 1925년에는 대구제4청년회 기관지인 ‘제4청년’ 발행책임위원을 맡아 활동했다. 국가보훈처는 한연순 자손의 행적을 알지 못해 전달하지 못한 표창장을 지난 8월 LA총영사관을 통해 그의 자손들에게 전달했다. 

한 지사의 남편 이종근 지사도 재일 동경학우회에서 조직한 ‘조선청년독립단’에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1919년 2월 8일 유학생들이 재일한국기독교청년회관에서 독립을 선언할 때 선언서에 서명한 인물 중 한 명이다.

한 지사는 1978년 자녀들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1990년 별세했다. 이종근 지사 역시 독립운동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리지 않아 1991년 포상된 애국장 훈장도 몇 년 전에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연순의 며느리 최운봉씨와 손주와 손주며느리, 손녀 등 유족들이 '3.1운동 독립운동유공자'벽에서 할머니 한연순의 이름을 찾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여성가족본부
한연순의 며느리 최운봉씨와 손주와 손주며느리, 손녀 등 유가족들이 '3.1운동 독립운동유공자' 벽에서 할머니 한연순 지사의 이름을 찾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여성가족본부

며느리 최운봉씨는 뒤늦게 시어머니가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친구가 저희 어머니에 대해 알려줘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대구여성탐방로 반지길인 청라언덕에 독립운동가로 어머니의 이름이 새겨졌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지요.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손자 이현규씨는 할머니의 업적을 널리 알린 여성가족본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할머니가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청라언덕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자손들도 몰랐던 할머니의 업적을 찾아 널리 알려준 여성가족본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과 한국을 찾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묵묵하셨지요. 할머니께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아 몰랐던 사실을, 그 시대를 살며 나라를 위한 할머니의 행적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어 감동적인 시간을 가졌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9년, 대구여성가족재단(통폐합 이후 여성가족본부로 명칭 변경)는 대구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대구여성독립운동인물사』를 펴냈다. 한 지사는 이 책을 통해 재조명됐고 2019년 3월 대통령 표창에 추서됐다. 

이날 유족들은 신명고등학교(전 신명여학교) 역사관과 여성탐방로 반지길, 청라언덕 유공자벽 등을 둘러보고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기렸다. 여성가족본부는 유족들에게 『대구여성독립운동인물사』를 전달했다.

가장 오른쪽 인물이 한연순이다. 그동안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에 유족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연순 유족
가장 오른쪽 인물이 한연순 애국지사다. 그동안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에 유족들을 통해 처음 얼굴을 확인했다. ⓒ한연순 지사 유족

여성가족본부 교육사업팀 최세정 연구위원은 “2015년부터 근대여성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대구여성탐방로 반지길’을 조성‧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며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고,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아 미상으로 존재했던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재조명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남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만 새겨져 있던 ‘3․1운동 유공자벽’에 재조명된 여성 독립유공자의 이름을 새길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한연순 지사의 유족이 할머니의 업적을 찾을 수 있게 됐고, 여성가족본부도 그동안 미상으로 표기했던 한연순의 생몰연대와 인물사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