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6일째인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여전히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시민들이 놓아둔 조화와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홍수형 기자

 

한 장의 사진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 앞에서 엎드려 소리 내어 울고 있는 한 청년의 사진이다. 그의 가방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아마도 8년을 달고 다녔을 노란 리본, 사진 속 청년의 눈물이 무얼 의미하는지 굳이 말이 왜 필요할까 싶다.  

중학교 3학년이던 딸아이의 책가방에도 지난 7년 동안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노란 리본은 작은 상자로 옮겨졌다. 그렇게 긴 시간을 아니 아직도 그 시간 속의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지내 온 것이다. 그런 그들이 또다시 친구를 잃었다. “또 내 또래야”라며 울먹거리던 딸아이와 사진 속 청년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노란 리본이 달려진 듯하다.   

즐겁게 수행여행을 떠났던 그때처럼 이태원 할로윈 축제를 즐기러 갔던 156명의 청년들이 참사로 생명을 잃었다. 이미 예고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의 부작위가 불러온 인재였다. 일방통행 표지판 하나만 설치했어도 일어나질 않을 참사였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절박하게 압사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112 신고에도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찰도 구청장도 시장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통령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열흘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대체 왜! 대체 왜 그랬어요? 이미 위험이 예고됐고 위험에 따른 안전대책 보고서까지 작성할 정도로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요? 절박하게 압사 위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112 신고에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요? 도대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가라앉는 배에서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아무런 퇴선유도조치도 하지 않았던 8년 전 그날의 해경처럼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   

정작 참사를 막을 수 있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마치 온 국민을 대리해 가장 슬픔에 빠진 집단인 것처럼 가면극을 하고 있다. 경찰을 배치해도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던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사원인조사를 지휘하고, 혼잡경비는 경찰의 권한 밖이라던 무지와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던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분향소를 찾아 참배를 한다.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는 무개념적 발언을 한 용산구청장은 마음의 책임이라는 알 수 없는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추모만 하라는데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했다. 이거야말로 진짜 할로윈 가면무도회가 아닌가.  

행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시기의 후반부 2년 동안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철저히 실시하여,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지는 집권 여당임을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선포한 국가 애도기간은 끝났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한 진정한 애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밝히고 명확한 책임을 규명하여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무능함으로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진정한 애도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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