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여성부 장관 지낸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

'여성' 아젠더 넘어 여성 '몫' 개척하는 선배될 터

모성보호법 통과 뿌듯…'호폐'도 17대 해결 확신

아홉 번째 여성주간 기념식을 목전에 둔 6월 28일 오전 11시,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감회가 깊을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을 만났다.

여성학자 출신으로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여성단체 대표를 역임한 여성운동가 출신의 한 의원은 2001년 1월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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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1세기 남녀평등헌장 제정, 정부 각 부처 여성정책책임관제 도입, 영유아 보육과 방과후 보육정책 수립, 긴급전화 1366 개설 등 여성부 초석을 마련하는 데 힘썼기에, 매해 여성주간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6대 국회의원 시절 모성보호 관련 3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이후 여성부 장관으로 발탁돼 결국 자신이 발의한 모성보호 관련법의 개정 결실을 보게 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그는 여성부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여성부를 운영해온 경험을 들어 이젠 여성부가 저력을 발휘해 여성가족부나 여성아동청소년부 등 '여성'만으로 한정되는 고유 영역을 벗어나 업무집행 영역을 확장해 나갈 때이고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고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외교부에 대한 질타가 뜨겁다. '여성' 외무부 장관이 참신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는 어렵고, 다만 노무현 대통령께선 취임 때부터 내각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외교부 문제에 관해선, 국정조사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기에 따른 적절한 문책이 따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성들이 내각에서나 맡은 바 일을 여성 특유의 개성이나 특징을 갖고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외무부 장관에) 적절한 여성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클 것 같다.

“행정수도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문제는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인데, 국민투표엔 여러 가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만약 국회에서 여야 합의하에 통과시킨 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탄핵의 여건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일단 우리 당에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목적, 취지, 내용을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 쉬운 언어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홍보해야 한다.”

-이번 4월 총선 때 야당의 5선 거물 남성의원과 맞붙어 승리하고, 강력한 당 의장,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등 의원님의 정치 행보가 '여성'이란 아젠더를 벗어나 주류 정치인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의 기대에 맞춰 앞서가는 선배로서 실질적으로 부여된 과제들을 현 위치에서 성공적으로 이뤄내겠다. 사실, 비례대표 하다가 지역구 하니까 책임감도 너무 무겁고 일의 양, 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이젠 선배로서 선도적으로 비례대표 여성들이 보다 책임 있고 각오와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지역구로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

-총리나 의장직에 도전하지 않을까 전망하는 여성들도 있는데.

“어떤 직책을 미리 결정해놓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 정치력을 발휘한다든지 하는 것은 내 생각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보다 (맡은 바 일을) 잘해내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다. 앞으로 늘 소신이나 사명감을 갖고 여성들이 책임 있는 당당함을 갖춰야 한다.”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 중엔 특히 여성운동가 출신이 많아 기대된다.

“우선 개혁적이고 말이 통한다. 입법할 때 여성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개혁에 앞장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특히 이번 17대 국회에선 호주제 폐지를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 4·15 총선 당시 영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여성단체장의 정계진출 논쟁이 뜨거웠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여성들이 훈련받을 수 있는 전문성, 운동성의 장이 그 동안 제한돼 있었다. 그래서 결국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리더십을 창출했고, 이 여성리더십이 제도권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밟아왔다. 여성운동의 여러 이슈들이 실현되는 것은 정치를 통해서다. 반면, 여성운동계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채널, 관문이 돼 본연의 순수성을 잃어간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운동계가 여성운동의 연속성과 순수성을 담보할 어떤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론 정당 자체가 여성 정치리더를 키워내는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여성가족부 여성청소년부 등 여성부 확대 논의가 일고 있다.

“여성부가 성과를 얻어낸다는 증거다. 지난 연말 호주제 폐지안도 국무회의까지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고맙고 보람도 느낀다. 그런데 조직문제와 관련해선 사실 여성부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미 나왔던 문제다. 국회에서도 논의가 됐다. 처음엔 정부 쪽에서 여성 청소년부로 조정했는데, (행정조직을 잘 이해하지 못한) 여성계가 여성 고유 업무의 희석 위험성을 들어 이를 반대했다. 이젠 여성 청소년부 혹은 어떤 다른 명칭이든 부의 업무영역을 확대해가는 것이 시대에 맞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 고유 업무와의 조율은 어떻게 되나.

“여성문제는 결과적으로 가족 등 종합적 분야와 연결되는 것이지, 고유의 업무로만 따로 떼놓는다면 자칫하면 여성할당제, 성희롱, 성폭력 문제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문제가 다른 여타 모든 제도와 연계돼 있기에 확대해야 보다 종합적으로 여성업무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의정활동의 주요 방향은.

“(재선 이상의) 선배들은 '여성'이란 이슈를 (초선) 후배들에게 넘기고 그 동안 여성들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여성 몫을 개척했으면 한다. 남북회담장에서조차 여성들이 전무했는데, 이젠 외교, 남북, 평화 등의 분야에 고루 진출해야 한다.”

한명숙 의원의 삶과 리더십

'평화 파트너십'으로 가정·조직 이끌어

박통희 교수(이대 행정학과)가 공저한 <편견의 문화와 여성리더십>에서 한명숙 의원의 여성부 장관 시절의 리더십은 '양성평등 직장문화를 조성한 여성주의 리더십'으로 단적으로 표현된다. 즉 탈권위, 소수자 배려, 폭넓은 인간관계 등의 요소가 어울려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한 의원 자신은 이분법적 사고와 편견을 경계, “원칙은 지키되, 늘 공정하고 감정개입을 자제하며 합리적인 리더십”을 지향한다.

한 의원은 특히 직원관찰력이 예리하다는 평을 듣는다. 환경부 장관 시절, 그는 직원용 노트를 따로 만들어 직원들이 보고를 하러 들어올 때마다 그 직원의 장단점을 간략히 메모해놓곤 했다. 30여 년 동안 사회 현장에서 뛰어왔기에 그 직원이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떤 자리에서 능력을 발휘할지 가늠이 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의 지인들은 그의 안정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족의 힘에서 나온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대학시절 서클활동에서 남편(신학자 박성준 박사)을 만나 4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으나 유신시대 남편의 이념서클 활동으로 신혼 6개월 만에 생이별, 14년간의 긴 시간을 흘려 보낸 순애보적 라이프 스토리는 유명하다. 두 사람 다 사회활동 전면에 나선지라 분초를 다투고 사느라 가사노동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이해관계가 상충됐다고 한다. 그래서 외아들도 끼여든 자칭 가족세미나를 빈번히 열었고, 거주지를 빗댄 목동카페도 활발히 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의원의 고백이 재미있다.

“여성학 이론으로 무장한 덕에 남편과의 논쟁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이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이 진짜 승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성들도 기존 사회통념의 희생자인데, 그래서 겨우 계단 하나에 발을 디디고 있는데, 저 위에서 내가 왜 못 올라오느냐고 소리치면 그나마 그 계단마저도 다시 내려오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남편이 고백하더라. ”

한 의원은 95년 미국 유학을 계기로 가사를 자발적으로 처리하는 생활 시스템 덕에 평화로운 파트너십이 조성돼 요즘은 오히려 남편이 살림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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