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처음 중국 찾은 G7 정상
중국을 멀리할 수 없는 독일
중국의 선물... 대륙 전체에 충격

[베이징=AP/뉴시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AP/뉴시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 대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4일 최고 경영자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중국에 도착했다. 중국은 여객기 시장을 놓고 미국이 보잉과 경쟁하고 있는 유럽 항공제작사 에어버스 항공기 140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환대했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에는 폭스바겐, 지멘스, 도이체방크 등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도 동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대만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틈을 타 숄츠 총리가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 3년만에 처음 중국 찾은 G7 정상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9년 12월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3년 동안 문을 굳게 닫았던 중국을 3년만에 방문한 G7 정상이다.

중국은 그만큼 숄츠 총리를 반갑게 맞았다.

CNN에 따르면 독일 방문단은 입국 후 7일간의 호텔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숄츠 총리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숄츠 총리에게 “당신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을 방문한 첫 유럽 정상이라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독일과 중국이 협력할 것을 촉구하며 “이번 방문이 양측의 상호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각 영역에서의 협력을 심화하며 다음단계 양국 관계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중국은 독일과 유럽의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이며,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 무역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와 협력을 지지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은 중국과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더 잘 지키려 한다”면서 “독일은 무역자유화와 세계 경제화를 지지하고 탈동조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은 입장 차가 있는 사안을 둘러싸고 중국과 의견을 교환하기를 원하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 및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세계는 다극화 구도가 필요하고, 신흥국가들의 역할과 영향을 중시를 받아야 하며 독일은 진영 간 대립을 부추기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독일은 유럽과 중국 간 관계 발전을 위해 역할을 발휘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을 멀리할 수 없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베이징 지사 ⓒ베르세데스 벤츠 차이나 홈페이지
메르세데스 벤츠 베이징 지사 ⓒ베르세데스 벤츠 차이나 홈페이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러시아가 신냉전체제를 맞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을 방문했다.

독일의 6개 정부 부처는 숄츠 총리가 추진했던 중국 해운 대기업 코스코의 함부르크 항만 터미널 지분 매입을 위한 항만협정에 반대했다. 독일 정보부 수장들도 중국의 인프라와 사업에 대한 투자의 위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전 함부르크 시장이었던 숄츠 총리는 코스코가 이전에 계획했던 35%보다 적은 25%의 감액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타협안을 밀어붙였다.

CNN은 중국 방문을 예정했던 숄츠 총리가 중국에게 줄 선물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숄츠 총리는 가치 주도 외교 정책과 중국에 대한 독일의 접근 방식의 변화를 약속하며 권력을 잡았다. 그는 방문에 앞서 "중국이 변하고 있다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독일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다. 화학 회사인 바스프는 중국 남부에 새로운 공장을 문을 막 열었다. 10년 말까지 이 부지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독일 수입액의 12% 정도가 중국산 제품이며 특히 노트북은 80%, 휴대폰의 70%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전 세계 수출 가운데 중국에 대한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중국이 세계 수출물량이 가장 많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 알렉산더 니콜라이 샌트캠프 조교수는 "독일이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한다면, 우리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 경제연구소는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무역이 크게 줄어들 경우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1%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중국의 선물...대륙 전체에 충격

에어버스 중국공장. 중국 시장은 에어버스 여객기 수출의 1/4을 차지한다. ⓒ에어버스 홈페이지
에어버스 중국공장. 중국 시장은 에어버스 여객기 수출의 1/4을 차지한다. ⓒ에어버스 홈페이지

중국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중에 맞춰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14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민항기 구매를 주관하는 중국항공기재그룹(中國航空器材集團公司·CASC)은 4일 웨이신 계정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번 계약이 슐츠 총리의 방중 기간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이 구매 계약한 여객기는 A320 132대와 A350 8대로, 계약액은 170억달러(약 24조550억원)다.

CASC는 "항공 운송 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있으며 향후 안정적이고 빠른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항공 시장 발전에 대응하고, 운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중국의 국영 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지난 7월 A320 292대를 372억달러(약 52조6천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에는 남방항공 계열사인 샤먼항공이 A320 네오패밀리 항공기 40대(약 6조8천억원)를 주문했다.

샤먼항공은 그동안 미국 보잉이 제작한 여객기만 사용해왔다.

중국의 잇단 에어버스 여객기 대량 구매는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강력한 구매력을 앞세워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관계 개선을 원하는 유럽에 호의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들은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독일의 경제가 침체됐을 때 중상주의자였던 앙겔라 메르켖 전 총리와 비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BC는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로부터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BBC는 숄츠 총리의 11시간 동안이 중국 방문이 최근 절대권력을 쥔 시 주석의 중국내에서의 권위를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의문이 독일과 유럽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숄츠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세계 문제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라고 BBC는 전했다.

미국 독일마샬펀드의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보니 글레이저는 워신턴포스트(WP)에 "대륙 전체에 약간의 충격이 있다. 이는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의 이익에 기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할 때라고 느끼고 있는 미국도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숄츠 총리는 이번 방문에 앞서 "시민적, 정치적 자유와 소수 민족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등 "논란을 무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학자들은 숄츠의 방문이 유럽과 북미의 경제, 기업, 기술 공급망들이 중국으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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