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회장후보 정견발표장 성희롱 발언 파문

무지개 색깔 빗대 성기 연상시키는 막말

후보 자격 박탈·여성부 고발 적극 검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32대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때 아닌 성희롱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충북 목천 국립 청소년수련원에서 시·군·구 회장, 사무국장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입후보자 소견발표회에서 한 후보가 성희롱 발언으로 당시 참석했던 여교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고, 이후 이 후보의 문제 발언이 교총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올랐지만, 오른 즉시 삭제돼 회원 발언권 침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건은 총 9명의 회장 입후보자가 각자 7분간 정견발표를 하는 가운데 후보인 O대 교수가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끝에는 '지'자 돌림인 일곱 아이를 가진 순이 엄마 얘기를 하면서 첫째 아이부터 여섯 번째 아이의 이름까지 일일이 다 끝에 '지'자를 붙여 열거한 뒤 일곱 번째 아이의 이름을 물은 데서 비롯됐다. 성행위나 성기를 연상시키는 비어 이름에 참석자들이 당황한 순간 문제의 교수는 “답은 (순이란 이름이 없으니) 순이 엄마죠”라고 어색하게 얼버무리며 정견발표로 넘어갔다. 참석자 중 여교원은 10%도 채 안 되는 20여 명 정도라 대세에 밀려 별 항의를 못 하고 지나갔다. 후에 일부 남자교원들이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파면감도 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문제의 교수가 둔감히 대응하자 여교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교원은 “그 동안 얼마나 교직자들 사이에서 성 모욕적이고 여교원 비하 발언이 만연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으로, 교육현장 최선두에 있는 사람이 그럴 정도면 국가가 아무리 여성정책을 힘있게 밀고 나간다 해도 아무 가망 없는 것 아닌가”라고 격분했다.

사건 후 일부 여교원들이 교총에 항의했으나, 6월 30일 현재까지는 개별적, 또 비공식적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의 교수 발언을 “20만 교총회원 중 11만 명을 점하는 여교원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규정한 이들 여교원들은 임시 모임을 갖고 28일 문제 교수의 교총 회원 자격 박탈과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부회장 입후보자 5명의 공개사과와 후보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낙선운동은 물론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에 고발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당사자인 O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벼운 농담 정도의 터치로 청중들도 반은 웃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며 “평소 여성을 옹호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성희롱할 의도로 발언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논란이 과열된 선거전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나에 대한 악의적 선전이라 생각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그 여교원들의 단체가 실체가 있어야 대화를 나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지, 지금의 '유령단체'론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교총 측에선 “선거분과위에서 논의한 결과, 규정을 적용해 제재할 근거가 없다. 분명한 것은 교총 선거 홈피에 26일 진행된 후보들의 정견발표를 동영상 자료로 띄워놨으니, 특히 여성유권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나서 판단할 문제다”라는 말로써 이번 사건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의 발언을 같이 들은 이들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분명히 성희롱이라 판정된다”며 “당사자가 교총 회장 후보이기에 더욱더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혜숙 아주대 사회학부(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이탈리아의 한 심리실험을 예로 들면서 “아마 문제의 후보가 그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해야 참석자 중 다수를 점하고 있는 남자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금처럼 우먼 파워 시대일수록 여성을 조롱하는 것으로 '난 용감한 남자'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주위 남성들에게 '나를 따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실험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남성들은 자신의 성정체감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수록 성희롱의 발언과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치러질 교총 회장 선거가 조직의 성인지적 관점과 양성평등 지수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부상하고 있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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