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
르네상스·바로크 걸작 등 96점 모아
왕가의 영욕·예술품 수집기도 조명
2023년 3월 1일까지

디에고 벨라스케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1656년경, 캔버스에 유화, 105.0 x 88.0 cm ⓒ빈미술사박물관
디에고 벨라스케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1656년경, 캔버스에 유화, 105.0 x 88.0 cm ⓒ빈미술사박물관

흰 드레스를 입은 새침한 표정의 금발 소녀. 훗날 신성로마제국의 황후가 되고, 22세에 단명한 마르가리타 테레사 폰 합스부르크 공주다. 바로크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1656년 공주의 나이 5세 때 그린 초상화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오늘날 서양미술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프랑스 음악가 모리스 라벨은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선 벨라스케스의 회화를 포함한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 중 96점을 모았다.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안토니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 ‘야코모 데 카시오핀’ 등 주요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는 약 600년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15세기부터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 영토를 다스리는 황제로 군림한 가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1918년 몰락했지만,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다.

왕가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예술품 컬렉터이기도 했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그 화려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된다. ‘더 멀리, 합스부르크가의 비상’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강대국 반열에 오른 과정을 소개한다.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의 활발한 수집 활동을 다룬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 장식 바구니’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한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은 성에 박물관을 꾸미고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결정했던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16세기 유럽에 전해진 희귀한 소재, 야자열매로 제작한 공예품 2점을 전시한다.

‘야자열매 주전자’, 16세기 후반, 야자열매, 은, 도금, 높이 41.0cm ⓒ빈미술사박물관
‘야자열매 주전자’, 16세기 후반, 야자열매, 은, 도금, 높이 41.0cm ⓒ빈미술사박물관
피터르 파울 루벤스,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1620-25년경, 캔버스에 유화, 153.5 x 187.0cm ⓒ빈미술사박물관
피터르 파울 루벤스,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1620-25년경, 캔버스에 유화, 153.5 x 187.0cm ⓒ빈미술사박물관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1773년, 캔버스에 유화, 225.0 x 190.0 cm ⓒ빈미술사박물관
요한 카를 아우어바흐,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1773년, 캔버스에 유화, 225.0 x 190.0 cm ⓒ빈미술사박물관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에선 벨라스케스, 루벤스, 안토니 반 다이크 등 거장들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4부 ‘대중에게 선보이다, 궁전을 박물관으로’는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의 시대를 비춘다.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전시한다.

5부 ‘걸작을 집대성하다, 빈미술사박물관’은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 치하 영욕의 세월을 조명한다. 빈미술사박물관을 건축한 황제다. ‘비운의 황후’로 알려진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 고종이 오스트리아와 조선의 수교 기념으로 왕실에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국중박과 빈미술사박물관이 함께 기획했다. 국중박 관계자는 “물리적 힘보다 문화와 예술 역량이 더 높게 평가되는 오늘날, 합스부르크의 유산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며 “매혹의 걸작들을 감상하며,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켜낸 예술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3년 3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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