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스토킹 처벌 넘어 ‘피해자보호지원법’ 제정 시급
[여성논단] 스토킹 처벌 넘어 ‘피해자보호지원법’ 제정 시급
  •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 승인 2022.11.04 09:05
  • 수정 2022-11-0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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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9월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 9월 발생한 충격적인 ‘신당역 스토킹 피해자 살인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온통 스토킹 범죄 논의 속에 파묻힌 과열 양상을 보였다. 사실 스토킹으로 인한 사건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22년 전(1999년)에 이미 발의되었으나 매번 뒷전으로 밀리다가 작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의하면 작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의 스토킹 신고는 2만7,234건으로 하루 80건 이상의 스토킹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 제정 시부터 논란이 되었던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한계점,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은 단순히 피해자에 대한 집착과 접근 등에 그치지 않고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전조 범죄이다. 최근 8년간 1심 판결문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스토킹이 상해·폭행 등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35.8%, 성폭력으로 이어진 경우는 28.4%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살인과 살인미수 사건 381건을 분석한 결과 스토킹 현상이 포착된 경우가 56건이며, 대부분 가해자가 전·현 배우자나 파트너 등이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은 매우 위험하고 강력한 범죄로 이어지기가 쉽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친밀한 관계에서 스토킹이 발생하는 경우, 살인사건으로 귀결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점은 다행이긴 하나 꼭 사건이 터져야만 이러한 조치들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여전히 안타깝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 내용을 우선 살펴보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스토킹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제도 도입,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스토킹 처벌규정 신설, 피해자보호를 위한 신변안전조치·국선변호사제도·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처벌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몇 가지 추가의견을 제안한다. 우선 스토킹에 대한 정의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이 스토킹 정의를 너무 협소하게 규정하다 보니 실제로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를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독일의 경우처럼 대표적인 스토킹 행위유형을 나열하고 이러한 유형에 준하는 행위도 포함하는 보충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스토킹 대상자의 범위 또한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스토킹 가해자는 피해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 및 동거가족을 대상으로 스토킹을 하는 비율이 32.6%, 친구나 지인 등에 대한 비율도 30.2% 등이다. 그러므로 스토킹 대상자를 피해자, 피해자가족, 동거가족, 사회생활상 이에 준하는 정도로 가까운 지인 등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잠정조치 및 긴급응급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내용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잠정조치나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는 기간도 짧고, 잠정조치를 취하더라도 이에 대한 위반이 75%로 높으며, 가해자에 대한 조치 중 가장 효력이 있다고 보는 경찰관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에 대한 기각율은 56.8%에 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치 기간을 연장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미성년자에 대한 가중처벌이 규정되어야 한다. 현행 처벌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관련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섯째, 가족 간 행해지는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의하면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과정에서 스토킹 경험을 하는 비율은 34.2%에 달하므로 가정폭력처벌법상에 가족 간 발생하는 스토킹에 대한 내용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반영하여 현행 처벌법을 개정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제정이다. 이미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정부안과 의원발의안건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스토킹이 살인이나 폭행 등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토킹 실태조사 실시, 피해자 지원시설 설치, 스토킹예방교육 실시 등에 대한 근거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률 제정만으로 스토킹범죄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건을 다루는 판·검사, 수사기관 종사자 등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스토킹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존 인식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스토킹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전조범죄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범죄이다. 더 이상 국가의 부작위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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