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문제 제기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의무화 이끌어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 ⓒ여성신문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 ⓒ여성신문 

1만4000개. 여성 한 명이 평생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양이다. 평균 40년간 엄청난 양의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들은 2018년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의무화가 이뤄진 뒤에야 생리대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여성환경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여성환경연대가 이끌어낸 쾌거다.

거액의 소송에도 굴하지 않고 20여년간 누구나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를 위해 뜨겁게 활동한 여성환경연대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2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 수상단체로 선정됐다.

여성환경연대는 1999년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진 여성 연구자와 활동가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여성환경운동 단체다. 환경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실천해 오고 있다. 

‘2022 삼성행복대상’을 주관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여성환경연대에 대해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해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의무화를 이끌어 내는 등 여성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적 활동에 기여했다”며 “전기 대신 초를 밝히는 ‘캔들나이트’,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학교 텃밭 활동’ 등 대중적이고 실천적인 운동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017년 9월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성신문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017년 9월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성신문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3월 일회용 생리대 속 유해화학물질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당했다. 4년의 소송 끝에 2021년 11월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생리대 검출 시험 결과 공표과정이나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이 과학적이고 공정했다”며 “여성환경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생리대 회사와 정부가 제조 공정 개선을 논의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는 과정을 보면 여성환경연대가 요구한 공익성을 수용한 것이라 보게 된다”고 판시했다. 여성환경연대 활동의 정당성과 공익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활동가들은 “‘피를 더 잘 흘릴 수 있는 사회’는 더 인간다운 사회이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회”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더욱 뜨겁게 활동하고 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대표는 이번 수상에 대해 “수상자로 선정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 선정된 최초 사례라는 점이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환경연대가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검출시험과 건강영향조사 촉구 등을 통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월경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월경권과 성재생산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샀기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달려와 같이 싸우고 연대해주신 수많은 여성들과 시민단체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여성의 관점에서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2 삼성행복대상 수상자는 △여성선도상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해 △여성창조상 이민진(54) 소설가·칼럼니스트 △가족화목상 민행숙(60) △청소년상 봉민재(15, 충암중 3), 이지훈(18, 경성전자고 3), 조원우(18, 성보경영고 3), 박은비(19, 강서대 1), 도지나(24, 한양사이버대 3)학생 등 8명이다. 시상식은 오는 24일 열린다. 수상자들은 각각 상패와 상금 5000만원(청소년상은 각 5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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