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경쟁력이 곧 조직경쟁력은 아니다

매력적 외모일수록 전형적 여성직종 종사

다이어트로 여성 정체성·사회화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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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여념이 없는 여성. 다이어트는 여성들에게 필수과정으로 자리잡아 간다.

우리나라 여학생들 중 61.4%가 이상적인 여자의 체형으로 '마른 체형'을 선호하고 있으며, 남학생들 (마른 체형) 선호율도 39.2%에 이른다. 여학생의 경우 자신을 '뚱뚱하다'라고 인식하는 경향은 정상 체중을 지닌 여학생의 경우에서도 43.6%, 저체중 여학생의 경우에도 3.2%로 나타났다. 체중 조절 및 다이어트 경험이 있는 남학생의 비율은 각각 36.1% 및 12.2%인 것에 반해 여학생의 비율은 각각 64.3% 및 41.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청소년의 외모에 대한 인식 및 건강수준 실태조사, 2002).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다이어트와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인들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까지 지대한 관심사이며, 남성, 여성 모두에게, 특히 여성들에게는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욕망은 언뜻 보기에는 본능적이고 자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관계 망 속에서 여자로서 정체감을 획득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받는다.

“대학에 들어왔는데, 내가 외모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거예요. 외모 때문에 내가 평가절하당하고 있다는… 학회를 들었는데 거의 사람 취급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귀여운 여자 애가 하나 있었구, 제가 있었구… 지금 생각해 보면 성격 문제가 컸는데도 그 당시에는 내가 못생겨서 그렇다, 내가 쟤보다 예쁘지 않아서 그렇다, 내가 쟤보다 뚱뚱해서 사람들한테 이렇게 대접을 못 받는다 등등, 그런 생각 때문에 정말 지나치게 살을 뺐어요.”(23세 여대생)

특히 다이어트는 취업과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과제로 다가간다. 여성들의 외모는 취업의 조건이 되었고, 취업을 위해서 하는 다이어트는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이어트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노력과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이어트나 외모는 우리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여성들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날씬한 외모는 여성의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뛰어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은 반드시 높은 지위에 오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력적인 여성이 채용기회를 많이 얻게 되는 업종은 낮은 수준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직종뿐이며, 서열이 높은 직위일수록 그 자리에 아름다운 여성지원자가 채용될 기회는 적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들은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적적격자로 분류되어 왔다. 매력적인 여성들은 상급자에게 필요한 '남성적' 기질, 즉 통솔력이나 권위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기 쉽다. 결국 예쁜 여성들은 차라리 전형적으로 여성적인 직종(비서나 행사 도우미 같은 직업)에 근무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성들이 자신의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얻게 되는 권력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일시적이고 많은 한계를 지니는 것은 아닌가?

최선경 객원기자(줌마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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