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망자, 남성 두 배...여성은 ‘재난 약자’ 보여준 이태원 참사
여성 사망자, 남성 두 배...여성은 ‘재난 약자’ 보여준 이태원 참사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10.31 17:40
  • 수정 2022-10-3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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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 사망·149명 부상
대다수 ‘압박에 의한 질식사’ 추정
여성 사망자 98명...남성 56명
체격 작고 버티는 힘 약한
여성 피해 컸을 것으로 보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시민들의 헌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시스/공동취재사진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시민들의 헌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시스/공동취재사진

98명.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여성은 남성(56명)보다 약 두 배 더 많다. 대다수는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으며, 비교적 체구가 작고 버티는 힘이 약한 여성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재난·안전 교육·훈련 참여율이 남성보다 훨씬 낮은 현실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참사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뒤편, 너비 3.2m 남짓의 좁은 골목에서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29일 오후 10시 15분,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154명이 숨지고 149명이 다쳤다.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로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이었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 10만 명 이상이 몰렸다고 한다.

희생자 상당수는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끼리 밀리고 엉키면서 가슴 부위에 강한 압박이 가해졌고, 폐로 들어가는 공기를 차단했다. 현장에서 밤새 구조 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특히 체구가 작고 외부 압력을 버티는 힘이 약했던 여성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도 여성들이 떠밀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근처 술집에 있었다는 김지현(26·서울 강북구)씨는 여성신문에 “떠밀린 사람들이 다급하게 ‘밀지 마세요’, ‘사람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건장한 남자들이 버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키가 작고 마른 여성들,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넘어지고 짓밟혔다”라고 말했다.

국내 압사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상주 운동장 압사 참사’ 등, 공연장 등에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는 전례 없는 대형참사다.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비판도 거세다.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요원 배치, 일방통행 조처 등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사건이 발생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재난 시 대응할 수 있다” 여성 14%뿐
재난 교육·훈련 참여율·평소 실천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낮아
재난 후유증, 여성이 더 심각...초기부터 젠더 관점 지원 필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재난이나 안전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응 역량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의 재난 안전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1번 이상 재난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여성은 53.5%뿐(남성은 81.4%)이다. ‘교육 내용 등 관련 정보를 몰라서(80.6%)’, ‘관련 교육기관이 어디인지 몰라서(78.5%)’, ‘받을 만한 교육과정을 몰라서(63.2%)’가 주 이유였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재난 교육·훈련에 참가하질 못했다는 여성(6.7%)도 남성(2.7%)보다 많았다.

특히 임산부,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등 여성 사회약자의 재난 교육·훈련 경험률은 압도적으로 낮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젠더리뷰』 2016년 겨울호에 기고한 내용이다. 

또 재난 이후 남녀 모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천율은 낮았고, 여성은 더 낮았다고 한다.

『여성 안전 매뉴얼 365』 저자인 권승연 ㈜합동건설안전기술사연구원 부장·전 한세대 산업안전대학원 재난안전학과 교수는 “심폐소생술 등 안전 교육 현장에 가면 여성이 드물다. 여성들끼리 안전 관련 논의나 대응 정보를 나누는 일도 적다”며 “‘여자다워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적극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 매스컴은 여성들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안전 대응 정보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젠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가부 의뢰로 수행한 ‘재난안전관리정책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2015)를 보면, 재난 참사 여성 피해자는 재난 이후 남성 피해자보다 심한 신체적·심리사회적 후유증을 겪었다.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정신의료적 개입과 지원은 단기적이었다.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할 수 있는 여성 전문가와의 지속적 의료 상담도 부족했다.

연구진은 국가재난 응급지원 시, 초기 의료 개입부터 성별과 아동·노인 등 재난취약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응급 현장 인력·물품 지원, 부상자 이송, 사후관리 기관과의 연계 등 전 과정에서 여성과 재난취약자를 고려하고, 지속적인 심리정서적 치유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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