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사건은 공권력 인권침해’ 진실화해위 발표
인권위 “적극적인 피해 구제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실시된 지난 9월 26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유해 매장지에서 피해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실시된 지난 9월 26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유해 매장지에서 피해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선감학원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였다는 첫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환영하면서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특별법 마련 이전에라도 “피해생존자들에 대한 생계, 주거 또는 쉼터 지원, 상담과 의료서비스 제공 및 희생자 유해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청소년을 가두고 인권을 유린한 선감학원 사건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1942년 조선총독부는 ‘불량행위를 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소년을 교화한다’는 명분으로 경기도 선감도에 아동수용시설을 설립했다. 광복 이후 경기도가 인수해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운영하면서 거주지가 불명확하거나, 복장이 남루하거나, 행동이 불량하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청소년 약 4700명을 강제수용했다.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청소년은 염전, 농사, 축산, 양잠 등 고강도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시설 종사자나 다른 아동으로부터 상습적이고 무차별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성폭력 등에 시달렸다. 또 턱없이 적고 부실한 급식 탓에 곤충, 뱀, 쥐 등을 잡아먹으며 생활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정책을 주도한 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와 부랑아 단속 주체인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이 선감학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 특별법 제정도 권고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2017년 11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에 선감학원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여성신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2017년 11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에 선감학원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여성신문
지난 9월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근식(왼쪽) 진실화해위원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9월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근식(왼쪽) 진실화해위원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권위는 지난 26일 이를 환영하는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가혹한 인권유린을 겪은 피해생존자들은 40여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인권위는 선감학원의 인권침해 관련 진정을 접수, 실태조사에 나섰고 2018년 11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감학원 인권유린 사태를 “국가폭력에 의한 과거사 사건”으로 판단했다.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률 제정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기도지사에게 피해생존자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의 발표와 사과 권고 발표일인 20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감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며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피해자 생활 지원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추진 등이다.

김 지사는 “선감학원은 40년 전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관선 도지사 시대에 벌어진 심각한 국가폭력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으신 생존 피해자와 유가족께 경기도지사로서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는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분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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