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적 레즈비언이자 옴니 섹슈얼리티 소유자”

해방신학, 여성신학의 관점에 토대한 기독교 해석으로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계에 파장을 몰고 온 현경 교수(58·미국 유니온 신학대). 그가 기독교 안에서의 동성애에 대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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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이하 한기연) 주최로 이대에서 열린 강연회장에서는 예의 짧은 머리와 흰색 치마를 차려 입고 화사한 웃음을 띠며 모습을 드러낸 현경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첫 레즈비언 제자를 위해 직접 지은 시 '그녀 속의 노파'를 낭독하는 것으로 행사의 막을 연 현경 교수는 즉석에서 참석자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해 에코페미니스트 기체조인 '레인보우 페인팅'을 함께했다. '레인보우 페인팅'은 무지개를 그리듯 양팔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다양성의 공존과 평등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몸짓이다.

▲에코페미니스트 기체조인 '레인보 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는 현경 교수.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성을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은 정치적인 레즈비언입니다. 육체적으로는 이성애자이고 감성적으로는 양성애자이며 영성적으로는 벚꽃나무, 구름하고도 섹스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옴니 섹슈얼리티죠. 또 이 모든 것은 변할 수도 있습니다. 주디스 버틀러라는 학자는 '젠더는 퍼포먼스'라고 얘기했는데, 섹슈얼리티도 마찬가지로 '수행'할 뿐입니다. 수많은 섹슈얼리티가 있죠.”

이날 강연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사랑할 사람을 선택할 권리'를 주제로 강의한 현경 교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의 성기를 보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성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성은 물론 존재이지만, 또한 선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누구와 사랑하고 섹스할 것인가, 누구와 밥을 먹고 잠을 잘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인권이다. 사랑은 어떤 사랑이든 축복할 일이지 저주할 일이 아니다”며 “싫다는 사람들 곁에 억지로 있기 보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안적인 기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교회를 소개하며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섹슈얼 등 누구나 와서 예배를 드리고 갈 수 있는 대안적인 기관”이라고 말했다.

현경 교수는 또 “한국 교회가 섹슈얼리티만을 문제삼는 것은 영적인 것은 성스럽고 육체적인 것은 더러운 것이라는 희랍 이원론의 영향”이라며 “성경이 곧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할 때 성경 우상주의에 빠질 수 있다. 성경에 일체 복종해야 한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성경 말씀을 따르고 있지 않은 셈”이라고 역설했다.

“성서를 심볼과 메타포로 보지 않을 때 그것은 우리를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서 해석의 권위를 누가 갖는가, 바로 여러 분의 삶 속에 있습니다. 기독교의 교리가 여러 분의 풍성한 삶을 저해한다면 복음이 아니에요. 기독교의 사랑, 자유, 정의의 틀 안에서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를 바라봐야 합니다.”

강의 내내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 만큼, 유머와 재치로 일관한 현경 교수는 “그 어떤 환난도 하나님과 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처럼 동성애, 양성애 그 무엇도 우리를 하나님과의 고리에서 끊을 수 없다”고 말해 기독교 안에서 성적 소수자 운동에 격려를 보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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