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가던 길 가자
[김효선 칼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가던 길 가자
  • 김효선 발행인
  • 승인 2022.11.11 09:10
  • 수정 2022-11-1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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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34주년에 생각한다

 

여성신문 창간 34주년을 맞았다. 1988년 12월2일 여성신문 창간호가 국민주 언론으로 발행됐다. 1987년 민주화의 봄을 거치면서 나온 노태우 대통령의 6.29 선언의 후속 조치로 ‘허가제’였던 언론사 설립이 ‘신고제’로 바뀜에 따라서 여성신문도 세상에 나왔다.

여성신문사 창립발기 취지문은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부조리와 과오는 모든 ‘정치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소외와 비인간화 사실에 있다’는 것을 공동의 인식기반으로 삼은 우리는 이 나 라 2000만 여성의 인권과 소리를 대변하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남녀 해방의 소식을 전파할 ‘여성신문’의 창간을 더 이상 늦출수 없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우리시대의 부조리를 우리 자녀 세대까지 물려서는 안된다는 자각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의 부름 앞에 서 있는 우리 여성들은 이미 시작되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성해방의 역사를 위하여 여성신문사 설립을 결의”했다.

비장한 각오로 시작된 여성신문의 역사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초지일관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놓지 않았다. 왜 남성 신문은 없느냐?는 질문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야유성 질문이다. 어린이집 설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빨갱이 신문’ 소리도 들었고, ‘평등 부부’를 기획했다 하여 ‘ 불온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황혼이혼을 인권문제로 접근해서 ’가정파괴범‘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시선으로 접근한다 하여 ’성폭력신문‘이라는 질타도 받았다.

모든 것의 표준이 ‘남성’으로 되어 있던 시절, 여성신문의 기사 밸류를 정하는 일 자체가 실험이고 도전이었다. 무엇이 왜 어떤 이유로 이번 주의 탑기사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취재원을 만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을 왜 중요하게 드러내야 하는지…. 주간 신문을 발행하는 한 주 한 주가 도전이고 탐구였고, 실험이었다. 정해진 정답이 없는 길에서 여성의 관점으로 기사의 표준을 만들고 여성 미디어의 실체를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었다.

주간 여성신문은 ‘지면을 통한 여성운동’을 모토로 삼았다. 34주년을 맞는 지금은 ‘플랫폼 미디어’라고 말한다. 온라인이 기본이 된 세상에서 종이신문은 우리의 모든 것이 아니다. 종이신문의 발행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종이신문은 우리의 자산’이라는 결론을 수용하기로 했다. 여성신문은 2만개 가까운 문체부 등록 매체 중에서 네이버 인뉴스 매체 100여개 미만 중 하나다. 또 트위터, 페이스북, 유트브 등의 온라인 뉴스 채널을 가동하며 플랫폼 뉴미디어로서 존재한다.

여성운동과 여성학, 저널리즘과 사회운동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독보적인 미디어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이 길이 순탄치 않았지만 여성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데에 초지일관 해왔다.

세상은 풍요로와지고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성평등 문제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역사는 반드시 직진하지 않는다.

지금은 퇴행 국면에 들어서 있다. 극렬한 정쟁의 제단 위에 성평등이 제물로 올라가 있는 듯하다. 여가부 폐지가 공식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고, 해당장관은 그 부처를 없애는 걸 임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세운다. 지자체마다 성평등관련 기관과 예산들이 축소되고 폐지되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에는 성별영향평가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이 제출됐다. 성별영향평가는 성평등을 기본적인 사회원칙으로 자리잡게 하는 성주류화의 주요한 척도였다. 여전히 성평등 관련 지수에서 세계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분명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퇴행적 정책이 연이어 등장하는 이 시점에서 여성신문 창간 34주년을 맞는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사회는 지금 전쟁으로 인한 평화위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위기, 기후위기에 직면에 있다. 몇 년간 지구촌 전체가 고생했던 코비드19도 생태계 균형 파괴에 따른 위기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위기를 풀기 위해서는 그동안 평가절하 되었던 가치들, 여성들이 주로 담당했던 돌봄과 생명, 다양성의 가치를 세상의 중심에 포함시키는 문명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성평등은 이런 대 전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성평등에서 자꾸 멀어지려는 한국사회의 역주행은 아주 위험하다. 여성의 눈으로 보고, 여성의 몸으로 확인하고 여성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여성운동 34년의 내공은 좀더 큰 시야로, 좀더 넉넉한 마음으로 좀더 야무진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게 할 것이다. 여성신문의 34년은 또다른 사명의 시작이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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