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수식어 무색 수백 억 예산 투입 앞서

전문인력 배치 등 내실 기해야

근현대 여성사 연구의 '헤드쿼터'를 목표로 지난 2002년 12월 문을 연 여성사 전시관이 설립한 지 2년도 안 돼 관련 부처와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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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 자리한 여성사 전시관. 효율적 운영과 위상에 걸맞는 재점검이 필요한 때다.

박윤주 객원기자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여성사 전시관은 3억 5천만원 예산에 250평 규모의 소전시관으로, 개화기부터 근대 이후까지의 여성사 유물 수십여 점과 여성의 역사를 5부로 구성한 상설전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평일 오후 찾은 전시관은 '국내 최초'라는 수식이 무색하리만치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하고 한산했다. 친구와 함께 전시물을 관람하던 김세미씨(20·상명대 무용학과)는 “학교 숙제로 전시관을 찾았지만 그 동안 여성사 전시관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해 전시관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현재 전시관의 하루 평균 관람객 수는 15명에서 20명 안팎. 일반 여성, 여대생 관람객에 비해 초·중·고등학생들의 관람은 취약한 편이다. 문호경 학예연구사는 “전시관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몇백 명 되는 단체 관람객을 받기는 힘들다. 학교 체험, 현장 학습 등 30, 40명 가량 서클 단위의 관람객을 받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전했다.

현재 여성부는 2009년까지 여성사 전시관을 세계적 위상을 갖춘 박물관(여성문화복합공간)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타당성 여부와 예산, 부지확보 등 박물관 관련 기초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4월 2일에는 이배용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나선화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 실장, 변도윤 서울여성플라자 대표, 주진오 상명대 사학과 교수, 유인경 <뉴스메이커> 편집장 등 여성단체, 여성사 전공자, 박물관 관계자 10인으로 임기 1년의 자문단이 구성돼 여성사 전시관의 올해 사업과 방향에 대해 총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규모 전시관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수백 억 예산을 들여 건물만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사 전시관의 특색에 맞는 전시 기획, 여성사 연구와 연구에 따른 유물 수집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시관은 그 기능을 전혀 못 한다는 우려가 여성사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 따르면 여성사 전시관은 여성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박물관에 속하지만, 현재 관장을 비롯한 전문 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계약직 학예연구사 1인이 전시관 안내, 관리,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총괄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주진오 교수(45·상명대 사학과)는 “전시관에 대한 요구수준이 다양해지는만큼 총체적으로 여성사 전시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전시관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박물관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있는 전시관에 여성사 연구자, 큐레이터, 유물 담당자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여성부 관계자는 “보육 쪽 부서가 새로 생기면서 업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도 적은 편”이라며 “기획 예산처, 행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일이다. 전시관이 박물관이나 제3의 명칭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직제, 예산, 조직 등을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본래 여성사 전시관은 역사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양성평등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국민들의 공간이다. 또 전시물을 보여주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공간을 여성·문화·역사의 장, 여성문화 NGO들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목적하에 박물관이 아닌 전시관 명칭을 택했다. 일반인은 물론 여성사 연구자들조차 전시관의 존재를 모를 만큼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는 여성사 전시관이 하루 빨리 제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의)02-824-3085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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