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인·배우자가 스토커로...스토킹 첫 정부 차원 실태조사 보니
옛 연인·배우자가 스토커로...스토킹 첫 정부 차원 실태조사 보니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10.22 17:00
  • 수정 2022-10-27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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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친밀한 관계·스토킹 등 첫 정부 차원 조사
40%는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상대가 스토킹
9월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인 희생자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홍수형 기자
9월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인 희생자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홍수형 기자

스토킹 가해자의 약 1/3이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상대라는 정부의 실태조사가 나왔다. 스토킹을 겪은 성인 여성 10명 중 7명은 폭행, 성폭력, 정서적·경제적 통제 등 다른 유형의 폭력도 같이 겪었다. 

최근 공개된 정부 차원의 첫 스토킹 실태조사 결과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진행한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의 하나다. 전국 19살 이상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9월22일~10월22일까지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여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이 전체의 34.9%(2446명)였고, 이 중 46.0%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스토킹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스토커의 92.0%는 남성이었다. 피해자가 이전부터 알던 사람이 스토커로 돌변한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고,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스토킹을 겪은 비율은 약 40%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과거에 사귀었으나 피해 시점에서는 헤어졌던 사람(20.3%), 친구(14.1%), 학교나 직장 구성원(14.1%), 피해 당시 사귀고 있던 사람(9.0%), 당시 배우자(6.8%), 업무상 접하는 사람(6.8%) 등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도 34.9%나 됐다. 

스토킹을 겪은 적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5%였다. 응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설문 문항이 현행법상 스토킹 규정을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물리적 접근, 직접적 도달’ 위주로, 현실의 다양한 피해 양상을 포괄하지 못한다.

스토킹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심한 스토킹 피해를 기준으로 12.1%가 1년 이상, 9.6%가 6~12개월 미만 지속됐다고 답했다. 약 20%가 6개월 이상 스토킹을 겪은 셈이다. 

69.4%(136명)는 스토킹과 함께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통제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 42.3%는 스토킹을 겪은 후 ”또 다른 폭력의 대상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스토킹 경험률이 높았다. 연령대별 피해 경험률은 19~29세 4.1%, 30~39세 3.1%, 40~49세 3.2%, 50~59세 1.9%, 60세 이상 1.4%로 편차가 컸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장미혜 젠더폭력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60세 이상 여성들의 실제 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더 높을 거라고 봤다. “젊은 세대에 비해 교육 기회가 적었던 세대라서 실태조사의 용어가 낯설었을 가능성이 커요. 스토킹이 뭔지 교육받은 적 없고 관련 정보를 찾지 못하는 분들도 많고요. 대도시 바깥에 사는 경우, (폭력예방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하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는 더 스토킹에 경각심을 갖기 어렵죠. 지역 노인보호시설 등 공동체 기반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토킹 피해자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적 지원으로는 ‘스토킹 행위자로부터의 보호(접근금지 등)’(67.8%)가 꼽혔다. 이어 ‘수사, 법률 지원’(15.5%), ‘심리, 정서적 지원’(10.3%), ‘온라인상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댓글 등에 대한 삭제지원’(3.9%) 등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사이버 스토킹 처벌 못하는 스토킹처벌법
독일은 2021년 형법 개정해 사이버스토킹 명시

연구진은 사이버 스토킹 피해자들이 스토킹처벌법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현실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보다 스토킹처벌 법제화가 앞선 독일은 2021년 형법 개정을 통해 정보탐지(데이터 염탐), 정보피싱(데이터 가로채기) 등 사이버 스토킹을 스토킹 범죄 유형으로 추가해 법의 사각지대를 메웠다.

장미혜 연구위원은 “사이버 스토킹은 새로운 유형의 여성폭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삶의 공간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감시하지 않아도, GPS 위치추적 어플 등을 통해 스토킹할 수 있게 됐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 스토킹 위험에 노출될 겁니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법률 마련이 시급합니다.”

연구진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연계해 스토킹 피해자들을 보다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다른 범죄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까지 전담할 수 있는 스토킹 피해자 전담 지원센터를 따로 운영하여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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