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역사 속 여성 리더십] (끝)

바리데기.
바리데기.

가배울은 2015년에도 여신 신화의 대중화를 알리는 강좌를 진행한 바 있다. 오랜만에 올해 전라남도 양성평등기금의 지원을 받아 다시 이 땅의 토착 여신 신화와 여신이 되었거나 되가고 있는 역사속 여성 인물을 만나는 강좌를 진행했다. 그리고 짧게나마 그 이야기를 여성신문에 연재할 수 있었다. 여성신문에 감사한다. 토종살리기 비영리 단체/사회적 기업인 가배울은 왜 이러한 여신 신화 읽기 대중화 작업을 하는 것일까?

첫째로 신화, 특히 여신신화는 토종농사가 몸이라면, 이건 마음이고 정신이기 때문이다. 몸만 있는 생명체는 없기에 그 마음, 정신까지 하나로 이해되는 토종농사 문화만이 낡은 문명의 끝, 새로운 문명의 시작에 서 있는 기후재앙의 시대 우리 딸, 아들, 손녀와 손주들에게 새 문명의 문을 열 수 있는 온전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치와 김장문화, 강강술래, 한산 모시짜기, 아리랑 등과 같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대부분이 토종농사의 물질적/정신적 문화라는 것과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화 중 신화가 도외시되고 있음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 신화, 특히 여신 신화는 세월 속에서 가부장제 사회의 윤색을 거치기도 하지만, 신화 중 가장 고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여신 신화는 조셉 켐벨이 말하듯 우리 내면의 ‘정신의 사실’을 나타내며 지혜 전승의 상징이며, 이에 대한 영적 해석은 우리의 진정한 구원 철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서른여섯 살이 되어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잘 하고 있는 딸에게 선문대할망 신화와 개작한 신데렐라 동화를 읽어주며 길렀고 그것이 여남상생의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한 무의식의 힘이 됨을 실감하였다. 2015년 신화읽기 작업에 참여한 작은 도서관 관장님들은 바로 마고의 신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아이들과 마고 찰흙빚기를 시도했다.

부지런히 상생문화를 만들어가도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성폭력, 여성혐오살인, 그루밍이 오히려 기세를 떨치고 있다면 우린 그간의 페미니즘 제도화의 노력으로 학교나 직장에 집어 넣은 연 몇 시간의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이 상생의 페미니즘 문화를 이루는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부장적 얼로 점철된, 그리이스/로마 신화를 어린이 필독서로 읽히고 여전히 부생아신, 모국아신(父生我身 母鞠我身: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셨도다)의 낡은 가부장제 유교를 K-유교로 전세계화하려는 어이없는 일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 가부장적인 인문학적, 정신적 토양은 그대로 둔채,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

페미니즘이 그간 못 본 영역을 봤으면 좋겠다. 그건 우리의 무의식, 인문학적 소양, 심리의 영역이다. 이건 학교 입학 전 가정과 어린이집의 부모와 선생님의 말과 행동거지, 읽어주는 동화책 등을 통해 형성된다. 건강하게 상생으로 자기 삶과 함께 하는 삶을 창조해감에 기쁨을 느끼는 여신 창조의 씨앗을, 강건함을 읽지 않으면서도 상생의 어머니 질서를 따르는 속에서 행복한 부드럽고 섬세한 남성성-궁극에는 여남의 보편적 인간성과 각자의 개성으로 수렴하는-의 씨앗을 어릴 때 심어주는 것, 이것이 ‘끝’이며 ‘시작’인 지점의 시대의 생각있는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반다나 시바는 그녀의 한 강연에서 “잘 먹는 것(토종 음식)이 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사족을 붙여 “잘 먹고 잘 먹어온 선조들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혁명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가배울은 잘 먹으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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