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광경을 본 날, 손톱깎이 하나때문에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했다. ⓒ오재철 작가
이 멋진 광경을 본 날, 손톱깎이 하나때문에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했다. ⓒ오재철 작가

‘쨍그랑!’

한가로운 주말 오후, 주방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파열음이 귀를 울렸다.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아내와 나 사이 깨진 접시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사방으로 튄 접시 조각들을 주섬주섬 주워 모으는 아내···. 날 바라보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던 아내의 얼굴은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내 큰일은 아니라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의 미소를 건넨다.

아내의 실수 쯤은 눈 감아주는 아량이 큰 남편이냐고? 아니다. 연애 시절엔 아내의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아니 일상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친구였다. 실수는 실패자들이나 범하는 행동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 시절, 나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으로 아내를 참 많이도 괴롭혔다.

결혼식을 올리자 마자 세계여행을 떠났다.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등에 멘 커다란 배낭이 아니었다면, 흡사 부랑자와 구분이 안될 만큼 그저 남루한 여행자였다. 그래서 배낭 안의 짐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그게 우리가 가진 전 재산이었으니까.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손톱을 자르기 위해 숙소에서 짐을 풀며 손톱깎이를 찾아보았다. 없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손톱깎이가 있지 않았다. 배낭 이곳저곳을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게 떠올랐다. 그 순간, 아내에게 온갖 비난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건 하나를 제대로 못 챙기냐고, 그런 정신으로 무슨 세계여행을 하냐고, 우리의 전 재산 중에 하나를 잃어버린 거라고··· 아내의 실수 하나를 거창하게 부풀려서 큰 소리로 타박했다. 그 밤, 나도 아내도 등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나는 왜 화를 낸 걸까? 우리는 왜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 행복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왔는데, 손톱깎이 하나로 서로의 기분을 이토록 상하게 하며 불행을 느끼는 게 맞는 걸까?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이 또 있을까? 집에서 가져온 물건이니 잃어버리지 않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까짓 것’ 때문에 행복했을 우리의 하루를 망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손톱깎이는 시장에 가서 하나 사면 될터인데.

그때부터였다. 아내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게. 깨진 접시 하나는 새로 사면 되지만 한번 깨진(상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나와 아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우리의 행복한 일상은 그 어떤 사물보다 소중하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자 자연스럽게 마음 상할 일은 줄고, 웃을 일은 많아졌다. 손톱깎이 하나, 깨진 접시 하나에 매번 기분 상해 버리기에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시간이 너무도 안타깝지 않은가?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오재철 여행·사진작가.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해 상업사진가로 일한 오 작가는 저서 『함께, 다시. 유럽』, 『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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