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조원 유동성 공급 진화 나서

제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수많은 가족단위 인파들이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놀이시설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공식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놀이시설은 세계에서 10번째 아시아에서 3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여성신문
제100주년 어린이날인 5일 오전 수많은 가족단위 인파들이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놀이시설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공식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놀이시설은 세계에서 10번째 아시아에서 3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진태 강원도 지사는 지난달 28일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춘천지법에) GJC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공사 자산을 통한 대출금 변제를 촉구했다. 

중도개발공사(GJC)는 강원도가 춘천에 조성한 레고랜드에서 상수도와 일대 도로 개발을 맡았다. 

GJC는 2020년 자금조달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세우고 자산담보기업어음(Asset-backed Commercial Paper·ABCP)’ 2050억원의 어음을 발행했다. 원활한 판매를 위해 강원도가 보증을 섰고 BNK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아 모두 인수한 뒤 다른 회사에 팔았다. ABCP란 부동산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만든 기업어음이다.

김 지사가 GJC 회생신청 계획을 밝히자,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서고 ABCP를 발행(2020년)할 때 주관사를 맡은 'BNK투자증권'이 '기한이익손실(EOD)'을 통보하면서 1차 만기일에 채권을 부도처리됐다. 어음의 만기는 지난달 29일 이었다.

투자자들은 김진태 도지사의 발언을 위험하게 받아 들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어음인 만큼 안전하다는 시장의 믿음이 깨졌다.

김 지사의 말처럼 회생절차를 통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한다 하더라도 회생절차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손해를 볼수 밖에 없다. GJC가 보유한 자산을 제값에 팔아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레고랜드 사태는 ABCP 부실 우려를 증폭시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1.55%였던 기업어음(CP)금리는 21일 기준 4.25%로 급등했다. 지난달 말 3.27% 수준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1%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신용등급 A1~A2 증권사가 보증하는 8~10%대 금리(3개월 확약) ABCP 발행도 수요에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 17일 한국전력공사가 연 5.75%와 연 5.9% 금리로 4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1200억원이 유찰됐다. 기업 신용이 AAA로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회사채에 대해 채권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한국도로공사(AAA등급)이 발행한 채권 1000억원은 아예 전액 유찰됐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21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개발공사(GJC)의 변제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 2050억원은 예산을 편성해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강원도가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채권시장의 개별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더는 불필요한 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정부, 50조원 유동성 공급 진화 나서

정부는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지자체가 보증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해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회사채 등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 20조원,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 기업어음 매입에 16조원, 증권사 지원 3조원 등입니다.

정부는 이날부터 1조 6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들이고, 한국은행도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지원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인 지자체 신용 보강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은 총 3115억원 규모다. 

지자체가 지역 내 산업단지 등을 짓는 데 드는 돈을 PF 형태로 조달하면 증권사는 이를 기초 자산으로 ABCP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만기 3~6개월 이내 단기 자금을 끌어온다. 곧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증권은 이달 775억원, 오는 11월 1410억원, 12월 930억원으로 춘천시와 충주시, 음성군, 경산시, 완주군, 나주시가 신용을 보강했다.

추 부총리는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모든 지자체가 매입 보증을 확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된 자금경색 여파가 당분간 채권시장에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긴급 진화 계획이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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