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토킹 보고서] ⑥ 젠더폭력 전문가에게 듣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현 스토킹처벌법, 가해자가 합의 요구하며
피해자에 접근하게 만들어 문제
스토킹, 초기부터 적극 대응해야
처음 한 번도 용납 안 돼”

이어보기 ▶ 김태현부터 전주환까지...반복된 스토킹 살인, 막을 수 있었다 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081

사소한 폭력이 스토킹으로, 강력범죄로 커질 수 있다. 스토킹을 겪고 있거나 목격했다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입하라고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당부했다.  ⓒShutterstock
사소한 폭력이 스토킹으로, 강력범죄로 커질 수 있다. 스토킹을 겪고 있거나 목격했다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입하라고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당부했다.  ⓒShutterstock

스토커는 피해자의 모든 정보를 알고 그걸 무기로 써요. 합의하지 않으면 끝까지 괴롭히겠다는데 어떤 피해자가 버틸 수 있나요? 법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강력히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 스토킹처벌법은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어요.”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스토킹 피해자가 뒤늦게 고소를 취하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밝히는 일이 많다.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만 예외다. 가해자들이 끈질기게 합의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스토킹 살인마 전주환도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다 살인을 저질렀다. 보복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은 스토킹만 멈춘다면 합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다. 스토커의 대다수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인 점도 영향을 미친다. 

뒤늦게 법무부가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최유연 소장은 “스토킹뿐 아니라 젠더폭력을 다루는 모든 법에 반영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보호명령제도’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경찰이나 검사가 접근금지 명령 신청을 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요.”

전문가들은 스토킹 가해자에게 다른 범죄 전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국의 반성폭력 단체 ‘팔라딘’ 등은 아예 ‘스토킹을 거듭 저지른 가해자의 목록을 만들어 공개하자’(Stalkers Register)고 제안했다. 최유연 소장은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젠더폭력 전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가정폭력 사건이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아서다.

스토킹을 겪고 있다면, 스토킹을 목격했다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입하라고 최유연 소장은 당부했다. 

처음 한 번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부터 심각한 폭력이 벌어지는 일은 드물어요. 고성, 언어폭력, 감시.... 피해자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폭력으로 시작해서 점점 커져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당사자가 거부하는데도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초기에 빠르게 개입하는 게 좋아요. 내가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도 아는 게 중요해요. 한국여성의전화 같은 피해지원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스토킹 관련 신고와 상담 안내도. ⓒ여성신문
스토킹 관련 신고와 상담 안내도. ⓒ여성신문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스토킹 피해자 지원 안내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스토킹 피해자 지원 안내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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