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여성학자

통일,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일단 자꾸 만나고 볼 일

지난 주, 닷새 동안 북한에 다녀왔다.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서 지원한 평양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의 개원식에도 참석할 겸, 이 기회에 평양과 백두산 구경도 할 겸해서 대표단에 묻어 갔다. 아무리 먼 나라라도 돈만 있으면 못 갈 곳이 없지만 북한은 마음 먹는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기회가 생겼을 때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아무런 책임도 없이 그저 덩달이처럼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니 이런 호기가 또 어딨을까. 또 내친 김에 남편까지 동반했으니 혹 돌발사건이 터진다 해도 이산가족이 될 염려도 없으렷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들면 가족의 범주에 드는 건 남편 밖에 없다는 소린가, 뭔가? 자식들이 들으면 좀 섭하겠지?)

아무튼 날씨까지 도와주어 여간해선 보기 힘들다는 백두산 천지도 또렷이 보고 씽씽 달리는 버스로 평양 시내와 근교도 볼 만큼 봤고 하루에 만 명이 먹는다는 옥류관 냉면에 그 맛이 가히 예술이라고 찬탄받는 단고기 맛까지 다 보고 돌아왔다. 그러니 작으나마 소원성취를 한 셈인데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돌아온 지 1주일째인 오늘까지 내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가슴 속은 단고기에 체한 듯 꽉 막힌 느낌이다.

아마도 실제의 북한 모습이 예상했던 것보다 느슨한 면도 있었지만 반면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답답한 면을 확인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방북교육이란 걸 받을 땐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가서 북한 사람들에게 색채의 다양성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일생 안 입어 본 파란색 투피스를 준비해 갔는데 웬걸 평양 여성들의 옷차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로웠다. 안내원들은 물론이고 거리를 지나는 여성들 중에도 화려한 색상의 옷이 드물지 않았고 특히 많은 여성들이 쓰고 다니는 색색의 양산들은 빛깔만으로도 회색빛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북한에 자주 드나든 이의 말에 의하면 평양의 분위기가 올 때마다 달라져서 자기도 놀란다고 했다. 4년 전만 해도 도시 분위기가 가라앉은데다 사람들의 눈초리에 경계의 빛이 뚜렷했는데 이제는 도시도 살아나고 눈빛도 우호적으로 확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답게 그는 앞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토를 달았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저 매사 조심조심.

내가 조금 놀랐던 건 호텔에 우리 팀말고도 한국에서 온 팀이 몇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다. 안과 병원을 짓기 위해 장기체류하는 건설회사 사람들도 보였고 야생화를 소재로 한 사진전시회를 열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움직임들이 합쳐지다 보면 어느 땐간 통일도 이루어져 있을 거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특히 남북어린이어깨동무처럼 규모도 자그마한 민간단체가 어린이병원을 지어 북한어린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자상하게 보살피게 되었다는 사실은 남북교류에서 새롭고 의미 깊은 사건으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어린이 병원 안에 설치된 콩우유 제조 기계에서 자동 포장되어 나온 따끈한 우유를 마셨을 땐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 콩우유 맛이 딱 엄마젖 맛이라고 했다.

큰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는 지금의 정황이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는 도정 속에 놓여 있는 게 분명하겠지만 나는 인간들이란 왜 이렇게 쓸 데 없이 엉뚱한 길에서 헤매기를 좋아하는 존재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했다.

남을 나의 잣대로 재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화합을 위한 기본자세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려 해도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보이는 게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통일, 그거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참, 김일성종합대학에 갔을 때 아는 얼굴을 만났다. 5년 전 연변에서 조·중·한 여성학대회가 열렸을 때 북한대표로 참석한 멋쟁이 지도원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대뜸 하는 말이 내가 예전보다 더 젊어지고 예뻐졌대나. 이런 경사가! 그래, 이러니저러니해도 일단은 자꾸 만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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