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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공주대 교수

며칠 전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한 지자체 산하 여성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지역 방송을 듣게 되었다. 요지는 기관에 투입된 지자체 예산에 비해 효용성 있는 여성정책 산출 및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 기관장이 지자체장의 낙점 방식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중앙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기관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중앙의 더 높은 직위로 되돌아간다는 것 등이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지역에서 여성계 활동은 아직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잔존한다.

우선 여성계 활동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여성단체의 95.4%가 여협 소속이며 그 중 새마을부녀회 회원이 77.4%이다. 또 여성 노동운동은 물론 여성 환경운동 단체도 없는 지역이나 호주제 폐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지역도 있다.

둘째, 여성계 활동이 관의 주도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한 지자체 여성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 여성단체 활동이 지자체 초청 행사 참여(92.6%), 지자체 주관 실무자 교육 참여(72.1%), 지자체 요청 사업 수행(66.2%), 사업보고서 제출(61.8%), 지자체와의 공동사업 추진(48.5%) 순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셋째, 중앙의 의존성이 높다는 점이다. 어느 지자체 여성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 여성단체들의 사업계획 수립시 가장 중시되는 기준이 '중앙본부나 협의체의 사업방향'(40%)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정치적 의식화, 조직화, 세력화의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각 정당이 지역안배를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17대 비례대표 여성의원 29명 중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했던 여성은 4명뿐이다.

다섯째, 여성단체 및 기관 운영의 비민주성과 비효율성 문제다. 지역 여성단체나 기관의 경우 단체장이나 기관장이 제한 없이 연임함으로써 단체나 기관이 사조직화되는 예가 적지 않다. 이는 아직도 지역 여성계가 개혁과 물갈이라는 시대적 흐름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총선과정에 여연이 '임원이라도 3개월 전에 사퇴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면서 여성단체장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여성운동의 비판 및 권력 감시 기능 저하와 조직력 및 활동력 약화, 그리고 운동의 순수성 퇴색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물론 여성단체장의 정치권 진출을 규제함으로써 여성계 주장의 정당성과 설득력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여성단체 및 기관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또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다는 점과 여성단체 및 기관이 여성 정치 지도자 배출의 주요 채널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성단체장이나 여성기관장의 정치권 진출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 도입과 더불어 지역에서도 가열되기 시작한 여성단체장 선거의 무리수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지자체 산하 여성기관장 선임도 공모를 통해 투명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남녀평등 실현의 선도적 주체인 여성기관의 장이 되려는 여성들이 남성 지자체장에게 경쟁적으로 코드를 맞추며 막후 로비를 해야 하는 지자체장 낙점 방식은 여성기관장 스스로가 남성 중심의 구태를 답습하게 만드는 대단히 역설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 여성계가 본격적으로 다음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지역 여성단체 및 기관의 활동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것부터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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