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운동 우리가 전문, 한 번 더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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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SKY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생중계 한다는데 '이프'에서 가만두실 겁니까?”

일주일간의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리무진 버스에서 처음 접한 소식이었다.

미스코리아대회가 다시는 공중파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마무리 지어놨다는 전제하에 마지막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발을 끝낸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니, 실컷 사우나 하고 나서 찜질방 가는 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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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6월2일, 한국여성민우회에서 KBS SKY 생중계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우선 KBS SKY 측의 반응을 주시해보기로 했다 .

▶KBS SKY를 방문해 항의성명서를 전달하는 엄을순 <이프> 발행인.

제공<이프>

KBS SKY 측과 여성민우회의 강혜란 사무국장과의 면담에서 KBS SKY 측은 “중계철회는 한국일보사와의 계약 파기이므로 위약금 문제도 걸려 있고 심각한 신용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올해는 중계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내년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기어이 중계를 하겠다는 거군…시계는 거의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막차를 꼭 타야만 하는 급박한 심정으로 이프 식구들과 “미스코리아대회 반대운동은 우리가 전문이니 한번 더 뛰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KBS SKY는 KBS가 51% 이상을 출자한 자회사이며, KBS 이사들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 KBS 노조에서도 생중계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요리저리 따져보니 중계철회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반드시 저지시킬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담은 멋진 성명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KBS SKY와 KBS를 직접 항의방문을 해 더욱 압박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70여 개의 언론사에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릴리스하고 항의방문 취재를 부탁하면서 기자들의 휴대폰으로 일일이 전화하느라, 이프 사무실은 도깨비 시장을 방불케 했다. 다음날 아침, 푸켓으로 이프 워크숍을 떠나기 딱 하루 전, 우리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선 KBS SKY가 있는 여의도로 향했다. KBS SKY 로비에서 먼저 도착해있던 김신명숙 이프 편집위원과 나는 KBS SKY의 금동수 사장실로 들어갔다. “위약금이 너무 크고 우리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이번만은 양해해 주십시오. 내년에는 절대로 안하겠습니다.” 예상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이번 KBS SKY에서 중계하게 되면 내년에 SBS나 MBC에서 하겠다고 해도 저지할 명분이 없습니다. 여성계에서 가만 있을 것 같습니까?” 사장에게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계약을 파기하면서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중계 후에 일어날 파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회사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보니 불안했다. 이때 모 방송에서 앵커로 일하는 김신명숙 이프 편집위원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들려왔다.

“오늘 초대 손님이 민노당 최순영 의원이야! 이게 웬 우연이야. 우리 모두 의원들의 협조를 구해서 압박전략을 강행하자.” 나도 이 여세를 몰아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이프 전 편집장 황오금희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여성의원들의 보좌관실에 전화를 걸어 KBS SKY에 항의전화와 항의메일을 보내도록 독려했다. 또한 여성계의 뉴스대장 이유명호 선생님과 영원한 무소의 뿔 고은광순 선생님을 포함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에게 번호를 남발(?)하면서 KBS SKY를 압박토록 당부했다.

그리고 저녁 7시쯤 고은광순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그들이 아무래도 생방송 철회를 안 할 것 같네요”라는 우울한 소식…맥빠진다. 곧바로 이어 온 전화, 황오금희다. “김현미 의원이 직접 전화를 하셔서 강경한 말씀으로 39명의 여성의원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하셨다”는 전갈이었다. 감사말씀이라도 전해야겠기에 김 의원에게 바로 전화를 하니 믿기지 않는 말을 한다 “KBS SKY 관계자와 1분 전에 통화를 했는데 생방송 철회하기로 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옆에 계셨으면 업어드리고 싶네요”. 야호!

꿈같이 바쁘게 일어난 5시간의 일이었다.

우리는 미스코리아대회를 뿌리 뽑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범국민적인 행사로 만드는 공중파 생방송만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 일 때문에 많은 분들이 피해 입으리라 짐작되지만 밝고 명랑한 사회를 위해서 필연적으로 감수해야할 고통이라 생각해주길 바란다.

엄을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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