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야외공연축제에 부쳐

~A5-1.JPG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요즈음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물론 그 동안 낙후된 정치조차 국민의 힘에 의한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 문화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는 각종 영화 축제도 안정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고 관객의 수준도 대단히 높다. 이제 축제를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열리는 지역축제도 마찬가지다.

'동원성 축제' 안 통해

90년대만 하더라도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무슨무슨 아가씨를 뽑고 축제마다 철새처럼 이동하는 성의 없는 먹거리 장터에다 의례적인 시장이나 군수 및 지역 유지들은 차양 있는 천막 안에 그늘진 곳 의자에 앉아 있고 시·군민 등 관객은 땡볕 더위에 구경하고 그들의 장황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연설을 들어야 하는 권위주의적, 의례적 모습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지역마다 가보면 획일적이고 박제화된, 동원성 축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자각을 문화예술전문가는 물론 공무원들이나 시·군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갖고 있는 것이다.

기획 전문인력 모자라

다만 아직도 축제전문가가 부족해 의욕은 있어도 지역마다 특성을 살리는 축제기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각 지자체는 어떻게 하면 지역의 특성을 살릴 참신한 기획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모셔볼까 정보와 지식을 얻느라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최근 남양주 세계 야외 축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습은 그런 의미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2001년부터 시작해 2003년까지 약 22∼23만 명의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남양주세계야외 축제는 국가로부터 적극 지원받아야 할 A급의 축제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남양주야외공연축제라는 이름으로 살짝 바꾸어 주관·주최를 바꾸어 진행하려 하고 있다.

남양주세계야외공연축제는 해외 축제예술감독들이 그 축제에 출전한 우수 공연팀을 마케팅 할 정도로 드물게 제 기능을 다하는 축제로서, 빠르게 뛰어난 지역축제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경기도와 문예진흥원은 여전히 세계야외공연축제팀을 지원하고자 하고, 시는 기존 축제기획팀을 제치고 따로 살림을 차리고자 한다. 똑같은 내용, 이름만 살짝 바꾸어, 국가의 평가와 경기도의 평가를 외면한 채 졸속으로 다른 팀에게 축제를 맡기고자 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이는 시장의 선거 및 세력화 기반으로 축제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쟁력 있는 '세계축제'로 거듭나길

남양주의 시민단체협의회와 주최 단체, 시민, 국가, 경기도와 남양주시와의 싸움은 여전히 지속된다. 지역의 축제는 시장의 표밭을 의식한 선거와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지역축제가 그러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은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